[김국헌의 직필] 박근혜 중국네티즌에 신년사 ‘유감’

‘신년쾌락 만사여의'(新年快樂 萬事如意, 신녠콰이러 완스루이)

중국 인민에 보내는 박근혜 대통령의 따뜻한 인사말이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이 이역만리에 와서 고생하는 주한미군에 따뜻한 말을 보내는 것은 관례이지만 중국인에 이런 말을 건네는 것은 퍽 이례적이다.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일본은 고사하고 미국민에게 이런 따뜻한 덕담을 보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한마디로 이것은 보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 보좌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피로 맺어진 혈맹관계도 들고나는 고비가 있다. 김대중 정부 정부 시절 효순 미선 사건은 비극이었다. 사건 자체도 참혹하였고 이를 처리하는 미군측도 어리숙한 점이 많았지만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수습하기는커녕 방관하는 듯한 한국정부 자세는 미군들에게 뜻밖이었다. 주한미군 고위층에서는 이때의 당혹과 분노를 잊지 못한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한미관계가 중요하다는 기본은 알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난데없는 동북아균형자론을 들고 나오자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갔다. 균형자(balancer)는 원래 영국이 유럽의 두 강자인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조정역할을 한다는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다? 소가 웃을 노릇이었다. 이것은 코끼리와 고래가 줄다리기 하는 것을 토끼가 북을 치며 놀아난다는 우화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과 미국은 피를 나누고 같이 가야 할 동맹이고 중국은 친선우호국이나 기본적으로 북한의 동맹이다. 지난해 중국은 마약을 거래한 한국인에 대해 사형집행을 해 사실상 사형이 폐지된 한국민을 경악시켰다. 중국은 아직 이런 수준의 나라이다. 노무현 정부 이래로 미국의 한국정부에 대한 분노는 하나의 신드롬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유난히 잘 지내자 미국은 더욱 비위가 상했다. 이 판국에 중국에 정중한 신년인사를 보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지금이 선덕여왕이 당의 천자에게 모란을 수 놓아 보내는 때인가?

남북관계 진전은 필연적으로 한미관계와 연결되어 나아간다. 우리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이해하는 성의와 애정을 가진 미국인은 얼마 없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신상필벌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가 어떠한 결과를 낳았으며, 그후 6자회담이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통절하게 반성하는 미국은 남북접촉에 고운 시선을 쉽게 보내지 않는다. 김정은의 신년사에도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는 국무부 논평 한 줄뿐이다. 이 가운데서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는 것은 우리에 달려 있다. 궁지에 몰려 있는 김정은, 김여정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춤을 리드하는 것은 우리다. 청와대 안보실장,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은 최소한 김양건을 뛰어넘는 기략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신임을 담보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인민에 보내는 신년 인사말은 적절치 않다는 것을 건의할 수 있을 정도의 상호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의 도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성노예(종군위안부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과거사 문제다. 그러나 독도문제는 현재의 영토문제다. 독도 도입시설 공사는 ‘차분하고 단호한 대응’을 주장하는 외교부가 제동을 걸어 현재 보류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의 도발은 거침이 없다. 아베는 독도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했다. 미국 CIA에서는 독도가 제외된 지도를 내어놓았다. 오호라, 외교는 국지대사(國之大事) 사생지지(死生之地)니 존망지도(存亡之道)라 불가불찰야(不可不察也)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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