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안젤리나 졸리 입국을 불허하는 나라

JORDAN-MAFRAQ-ANGELINA JOLIE-VISIT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육상선수가 태평양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참전해서 일본군에 포로가 되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실화’를 영화화한 <Unbroken>이 나왔다.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연출을 맡았다. 안젤리나 졸리는 왕년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소피아 로렌에 상당하는 대스타이다. 배우가 감독을 맡는 것도 특이한데, 이 작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확인하게끔 하는 것으로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안젤리나는 포로를 학대하는 일본군의 잔악행위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일본은 그녀의 입국을 불허하였다. 그러나 웬걸, 이것은 영화 <인터뷰>를 만든 소니에 압박을 가했다가 미국 국민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혀 북한이 <인터뷰>를 오히려 광고시켜준 것과 같다.

일본정부가 왜 저처럼 당황하여 안젤리나의 입국을 금지하였는가 궁금증을 자아내어 더 많은 관객이 몰려들 것이다. 미국이 먼데일 부통령과 존 에프 케네디의 딸을 주일대사로 보내게끔 그동안 일본이 미국정부와 국민에게 애쓴 보람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미국이 일본에 대해 냉정한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조지프 나이 등 최고 수준의 인사를 우군으로 두었던 일본이 한동안 고전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국민 75%가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생각한다”는 내각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일본정부가 한국 외무부에 대해서는 “독도문제는 조용히 해결하자”고 묶어 놓고 국내적으로는 꾸준히 국민의식을 교사 내지 조작한 성과다.

현재 45%에 이른 혐한감정이 이처럼 급격히 높아진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는 상대하지 않고 시진핑과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서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독도를 방문한 것이 주요 계기가 됐다. 다름 아닌 일본에서 만든 지도에 독도가 조선영토라고 銘記된 것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저거 우리 영토인데 한국 대통령이 왜?” 하고 격앙된 것이고, 아베는 놓칠세라 이를 혐한감정으로 유도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이렇게까지 된 것은 독도문제에 대한 ‘조용한 외교’로 일관해온 한국 외교당국에도 책임이 작지 않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미국의 후계세대에도 일본의 만행을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는 정서가 이처럼 치열하다는 사실을 일본은 각성해야 한다. 일본이 세계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면 독일과 같이 과거에 대한 진정한 국민적 참회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후세들에게 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참회가 있고 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일본은 용서할 수 없고(unforgivable) 잊을 수도 없다(unforgettable).

<Unbroken>을 연출한 안젤리나 졸리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리는 것과 같다. 비겁한 일이다. ‘개척자’인 미국인은 비겁한 자를 가장 경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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