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해킹’ 한수원 설명 믿을 수 있나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원장이 방촌 황희 평전을 내었다. 황희 정승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인물이지만, 이성무 박사는 “역사적 근거가 불분명한 몇 가지 설화로 모두 이해했다고 하기에 황희 정승은 너무나 다채로운 행정가이지 외교가‘라고 결론내리면서 ”역사적 거물일수록 오히려 연구 성과가 적다는 점이야말로 한국 역사학의 위기를 보여주는 방증“이며 ‘한문을 제대로 모르니 산더미 같은 사료에 도전하지 못하고, 쉬운 길로 우회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특히, 젊은 인문학자들에게 뼈아픈 말이다.
“황희 정승은 기쁨과 노여움을 얼굴에 드러내는 법이 없었고 너그럽고 후했다는 중평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층 노련하고 성숙해졌다‘. 황희는 24년간 재상을 맡았고 그 가운데 18년은 영의정을 지냈다. 一人之下 萬人之上인 영의정이었을 때에도 회의석상에서 먼저 입을 여는 법이 없었다. 다른 이들의 말을 두루 듣고서 마지막에야 적절한 사례를 들어 종합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다보니 틀리는 법이 적었고 임금의 신뢰도 올라갔다는 것이다. 영의정은 오늘날의 국무총리다. 대통령의 참모장으로서 국무총리는 황희와 같아야 된다. 물론 대통령도 세종대왕과 같은 포용성을 갖출 때 황희 정승과 같은 국무총리를 얻고,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황희는 새삼 지도자의 몸가짐과 정부가 운영되는 행태와 방법을 뒤돌아보게 한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 위원회가 “충분한 공학적 검토 및 의견 수렴 없이 제한된 시간에 서둘러 진행한데다, 우리나라 하천 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으나, 홍수 피해 경감 등 사업의 주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민간 전문가 92명으로 1년 4개월간 수중조사 20여회를 포함 총 240회의 현장조사를 했으며 2500여쪽 원본 보고서도 곧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학문적 연구나 실무적 조사는 누가? 어떻게? 란 것을 보고 우선 평가할 수 있는데, 그만한 전문가들이 그만큼 성실하게 검토를 하였으면 일단 신뢰할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원이 해킹을 당해 원전 도면이 유출됐다고 한다. 한수원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고 의문이 간다. 국민들이 좀더 안심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야 한다. 그저 ‘별문제가 없다’는 口頭禪만 읊을 일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어이없는 사고를 막지 못한 정부이기에 국민들의 불안은 당연하다. 미국 소니 영화사가 해킹 당하고, 이어서 북한 외부 인터넷 망이 불통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오늘날의 전쟁은 땅, 바다, 하늘에 이어 우주공간과 사이버 공간에서 전개된다. 일찍부터 사이버 전력 건설에 나선 북한이 이제는 미국과도 겨루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수원 사태도 그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미원자력협정 추진에 관한 전 환경부 장관 김명자 박사의 칼럼이 있었다. 이 분야에 관해 학문적으로나 정부에서 정책이 어떻게 구성되고 추진되는가를 아는 전문가의 명료한 진단이기 때문에 신뢰할만하다는 신뢰가 간다. 정부와 한수원은 지금 이런 차원의 신뢰할만한 진솔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과학자의 성실성과 명료함이 상식인의 신뢰를 얻기에 더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