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소학섭의 고려인청소년㉙] 로뎀나무 리더스캠프…”주인공, 너 해랑!”

지난 7월 동해안에서 열린 리더십 캠프, 앞줄 왼쪽 4번째 필자

처음 가 보는 길, 낯선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반드시 완수해야 할 미션. 리더스캠프의 첫걸음에서 아이들이 마주한 것은 뜨거운 햇살과 바닷바람, 그리고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지난 제주도 캠프 때처럼 휴대전화 화면의 GPS 표시가 동해 곳곳으로 흩어졌다. 네 팀은 자신들이 직접 정한 목적지를 향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날씨가 너무 더워 걱정이 됐다. ‘내가 아이들에게 괜한 고생을 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 보겠는가. 이런 시간을 지나야 자신감도 생기고, 자기 안의 가능성도 발견하지 않겠는가.’

저녁 무렵 약속한 식당으로 아이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하루 종일 뜨거운 날씨 속을 걸었지만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성취감이 먼저 묻어났다. 미션 완수 인증 사진 속 아이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는 ‘나는 해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성경 암송을 따로 재촉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들끼리 준비해 서툰 한국어로 한 구절 한 구절 진지하게 외웠다.

저녁을 먼저 마친 아이들은 망상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밀려오는 파도에 발이 젖지 않으려고 소리를 지르며 뛰었다. 웃음소리가 저녁 바다 위로 퍼졌다.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오늘의 경험이 나도 한번 해냈다는 기억으로 남겠구나.’

2박 3일의 캠프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여전히 후원을 부탁하는 일이 어렵지만, 아이들이 캠프를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았기에 멈출 수 없다. 조이어스교회와 군산삼일교회가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와 중앙아시아 선교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고 후원해 주고 있다. 말없이 함께 걸어 주는 손길이 감사할 따름이다.

열여섯 명이 모이자 방은 금세 가득 찼지만 아이들은 그날 수행한 미션을 신나게 풀어놓았다. 자신들이 다녀온 곳을 자랑하고 다른 팀의 이야기에 질문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 별도의 세미나실을 빌리지 못했다. 조현수 목사님과 오필준 부장님, 그리고 내가 묵는 큰 객실을 대신 사용했다. 열여섯 명이 모이자 방은 금세 가득 찼지만 아이들은 그날 수행한 미션을 신나게 풀어놓았다. 자신들이 다녀온 곳을 자랑하고 다른 팀의 이야기에 질문을 쏟아냈다.

나는 예수님의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했다. 권위와 통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섬김으로 사람을 세우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세우도록 돕는 리더십이다.

학교 이름 ‘로뎀나무’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다. 하나님께서는 로뎀나무 아래 쓰러져 있던 엘리야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다. 진정한 리더십은 높은 자리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지친 사람을 품고, 상처 입은 사람을 일으키며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기도했다. 한국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를 밀어내지 말고 부족함을 품어 주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나 역시 기도했다. ‘하나님, 이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밀치며 앞서려는 사람이 아니라 곁을 지켜 주는 리더, 넘어지는 사람의 손을 붙잡아 일으켜 주는 생명의 리더로 자라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첫째 날이 저물었다.

다음 날 동해의 일출 시각은 새벽 5시 12분. 집합은 4시 30분이었다. ‘이 시간에 아이들이 모두 나올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약속을 지켰다. 아이들은 어둠 속 모래사장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봤다.

그러나 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제주도에 이어 이번에도 구름에 가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새벽 바다에 나온 것만으로 즐거워했다. 아직 보이지 않는 자신의 미래도 저 수평선 너머의 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막내 폴리나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어서인지 유난히 힘들어했다. 같은 팀 아이들은 폴리나를 재촉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기다려 주고 뒤처지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 걸었다. 전날 배운 리더십을 이미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장면 하나가 마음을 뜨겁게 했다. 가르침은 말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캠프를 준비하며 했던 걱정과 수고도 그 순간 충분히 보상받는 듯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아이가 참여하면 좋겠다. 자기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세워 주는 리더로 자라면 좋겠다.’

흐린 하늘에 구름이 두껍게 깔려 있어도 그 너머에서는 이미 해가 떠오르고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 자라고 있다. 언젠가 대한민국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서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구름 뒤에서는 이미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의 삶에도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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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섭

(사)청소년미래연구 이사장,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이사장 겸 교장, 다문화전문가 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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