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과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측지학 및 지구물리학 연맹(IUGG) 제29차 총회가 2027년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아시아엔은 총회 개막을 1년 앞두고 기후위기와 자연재난, 과학외교, 인공지능, 미래세대, 원어스센터 구상 등을 살펴보는 특별칼럼을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송도 총회의 의미와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국가적 과제를 짚는다. <편집자주>

폭우와 가뭄, 대형 산불과 폭염, 지진과 화산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 가장 거대하고 근본적인 위협은 정치나 경제의 위기를 넘어 ‘지구 자체의 경고’에서 다가오고 있다. 한 지역의 기상이변이 세계의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흔들고, 자연재해가 국경을 넘어 인류의 안전과 국제질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구가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읽고 대응할 것인가. 오늘날 지구과학은 연구실 안의 학문을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공공의 언어가 됐다.
오는 2027년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국제측지학 및 지구물리학 연맹(IUGG) 제29차 총회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4년마다 개최돼 ‘지구과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총회에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와 전문가 5,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1919년 설립된 IUGG는 측지학과 지진학, 기상·대기과학, 해양과학, 수문학, 화산학, 빙권과학, 지자기·고층대기학 등 8개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과학기구다. 한국에서 총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며, 아시아에서는 2003년 일본 삿포로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총회는 단순한 국제학술대회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기후위기와 자연재난 앞에서 어떤 과학적 책임을 맡고, 국제사회에 어떤 미래를 제안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과학과 저널리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감지한다. 기자는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사회의 징후를 읽고, 과학자는 지진파와 기압, 해수면과 지각의 움직임에서 지구의 징후를 읽는다. 두 영역은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안전을 지킨다는 점에서 서로 만난다.
송도에 모일 과학자들의 연구도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일 것이다. “인류는 하나뿐인 지구에서 어떻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공존할 것인가.”
송도 총회, 국가 프로젝트 돼야
인천 송도는 인천국제공항과 가깝고 국제기구와 첨단산업, 대학과 연구기관, 친환경 도시 기반을 갖춘 국제도시다. 그러나 송도가 개최지로 선택된 의미는 교통과 시설의 편리함에만 있지 않다. 송도는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정보화를 넘어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국제협력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상묵 IUGG 2027 조직위원장은 이번 총회를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되는 국가적 프로젝트”라고 강조한다. 그는 2003년 삿포로 총회에 직접 참석했다. 당시 일본 천황과 황후가 환영행사에 참석했고, 천황이 세계 과학자들에게 연설했다. 일본 총리도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이 위원장은 이 사례를 들어 2027년 송도 총회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참석은 단순한 의전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자연재난,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미래세대의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선언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세계 과학자들을 직접 환영한다면 총회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지고 국내외 언론과 기업, 연구기관의 관심도 커질 것이다.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 과학계가 함께 대통령 참석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국경·미래세대·AI 잇는 세 가지 심포지엄
조직위원회는 기존 학술행사와 함께 세 가지 특별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국경을 초월한 과학’이다. 세계가 정치적 갈등과 기술패권 경쟁으로 분열되고 있지만 지진과 태풍,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에는 국경이 없다. 과학 역시 어느 한 국가나 진영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북한 과학자나 북한의 지질·기후·재난을 연구하는 외국 과학자의 참여도 모색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과 지진, 황사와 미세먼지, 홍수와 가뭄은 남북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대화가 막혔을 때 과학협력은 한반도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세계적인 석학과 젊은 과학자가 함께하는 ‘위대한 토론(The Great Debate)’이다. 기후위기와 지구환경, 인공지능과 과학자의 책임, 미래세대의 삶을 놓고 전문가와 청년들이 직접 토론하는 자리다. 지금의 정책이 가져올 결과를 가장 오래 감당해야 할 사람은 젊은 세대다. 이들의 질문과 목소리가 과학과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이 토론이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국내외에 전달된다면 IUGG는 학자들만의 행사를 넘어 시민과 청년이 참여하는 세계적 공론장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지구과학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이다. 지구과학은 위성영상과 기상관측, 지진파와 해양·대기 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를 다룬다. AI는 이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기상이변과 재난 가능성을 예측하고 정책 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정확한 AI를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국제적인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 세계의 지구과학자와 AI 전문가들이 예측모델의 신뢰성, 데이터 공유, 기술윤리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 심포지엄은 국내 반도체·정보통신·AI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연구와 인재 양성, 데이터 기반 구축에 참여한다면 총회는 학술행사를 넘어 산학협력의 장으로 발전할 것이다.
“지구를 위한 책임은 총회 이후 시작된다”
IUGG 2027은 대한민국이 과학외교의 중심국가로 나아갈 기회다. 정치와 외교가 막혔을 때도 과학자들의 교류는 대화를 이어가는 통로가 된다. 지구와 대기, 바다와 우주는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할 수 없으며 정확한 관측과 예측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데이터 공유와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다. 송도 총회가 남북한과 동북아시아의 과학자를 연결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젊은 연구자를 잇고, 지구과학과 AI, 정부와 기업, 학계와 언론을 연결한다면 새로운 과학외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총회 이후에는 젊은 과학자를 교육하고 지구과학과 AI 연구를 연결할 국제교육·연구 거점도 남겨야 한다. 이상묵 위원장이 제안한 ‘원어스센터(One Earth Center)’ 구상이다. 이 문제는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아시아엔은 총회 개막을 1년 앞둔 지금부터 지진과 화산, 기후변화와 해양, 우주기상과 인공지능, 과학외교와 미래세대, 원어스센터의 가능성을 차례로 기록할 것이다.
지구는 인간에게 대안이 없는 유일한 삶의 터전이다. 2003년 삿포로 총회에서 일본 천황이 세계 과학자들을 환영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상묵 조직위원장은 “내년 송도에서는 대한민국이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향한 더 큰 비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