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2050년 세계 16위 발돋움”
[Country in Focus] 루이스 크루즈 주한 필리핀 대사
필리핀은 지난해 최악의 태풍 피해를 입었다.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운 재해였다. 루이스 크루즈(Luis Cruz) 주한 필리핀 대사는 “복구에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국제사회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6년 한국에서의 대사 생활을 마치고 2월5일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크루즈 대사는 2년 뒤 퇴임하면 “마닐라에서 한국에 대해 강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할 만큼 한국문화에 조예가 깊다. <매거진 N> 2013년 8월호에서 ‘부부 대사’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던 크루즈 대사에게 필리핀에 관해 들어봤다.
-하이옌 피해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필리핀 정부는 재해지원프로그램(RAY)을 통해 복구작업을 벌여왔다. 앞으로 4년간 긴급조치와 함께 지속적으로 인프라구축, 교육과 보건 서비스, 농경과 생계 등 피난민 이주지원이 이뤄진다. 81억700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국제조직에서 150만 가족에게 집을 지어줄 예정이다. 국제조직에서 태풍 피해자를 위한 긴급 조치를 해줬다. 한국정부는 피해가 극심한 3개 지역으로 540명의 군인들을 보내 도와줬고 초기에 250만 달러를 지원했다. 여러 민간 지원도 있었다.”
-앞으로 필리핀의 경제성장 동력은 뭔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필리핀경제가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2013년 7%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은 낮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중요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에너지부문 투자를 확장해왔다. 또한 업무처리 아웃소싱(BPO) 서비스 증가로 저비용 주택건물을 건설했고 의료관광과 은퇴이민도 증가했다. 해외노동자 송금 증가도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아세안(ASEAN)에서 필리핀의 위상과 역할은.
“필리핀은 아세안 헌장의 초안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했고, 2008년 12월 법인이 만들어졌다. 필리핀은 사회문화협력에 있어 세 번째 기둥에 해당한다. 경제와 정치안보 커뮤니티에 개입해 균형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토분쟁의 긴장완화 조치에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UNCLOS) 등 국제법 준수에 서명한 2002년 선언 조항을 지켜달라고 해안지역 나라들에 요청하고 있다.”
-한국에 알리고 싶은 필리핀의 자랑을 꼽는다면.
“아시아는 역동적인 성장지대다. HSBC는 필리핀이 2050년까지 16위 경제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18위로 예측했다. 어쨌든 경제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필리핀을 수출주도국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필리핀 군인 7000명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 일부는 종전 후 2년간 머물면서 재건을 돕기도 했다. 필리핀 지도자들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도운 것도 기억할 것이다. 유엔 총회 의장을 지냈던 카를로스 로물로 장군 역시 한국전 파병을 지원했다. 현재 필리핀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종군기자였던 베니그노 아키노 2세도 있다. 그들이 보여준 선행을 우리가 지금 거두고 있다.
한국은 지난 8년간 필리핀 관광객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최대 관광객 송출국이기도 하다. 무역량은 2012년 8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한진해운, 한전, 삼성, LG, 현대 등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K-pop과 한국드라마는 필리핀에서 큰 인기다.”
-한국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인 이자스민 의원도 있고,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에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일하며 살고 있다. 한국사회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더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문화다양성은 세계적인 통찰과 타인에 대한 관용성을 높여준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어떤가.
“한국인의 높은 근로윤리의식은 존경할만하다. 애국심도 높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전쟁의 폐허를 단지 한 세대 만에 극복하고 빠른 경제성장을 가져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2년 뒤 은퇴한다. 그때부터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누가 알랴, 마닐라에 있는 필리핀 어느 대학에서 한국학 강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