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유학생, “태풍 피해 돕는 손길에 감동했죠”
[Country in Focus] 유학생 에바가 전하는 필리핀 이야기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글로벌교육협력 박사과정에 유학 중인 에바 왕(Eva Wang)은 주한필리핀유학생회(PIKO) 회장이다. 방학을 맞아 잠시 고국 필리핀에 돌아가 머물고 있는 에바와 화상통화로 필리핀에 대해 들었다.
-한국에 유학 온 계기는.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는데 좋은 한국 친구들을 만났다. 그래서 고려대에 장학금을 받고 국제개발협력으로 석사를 받았다. 5년째 한국에서 공부하는데 한국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한국생활은 어떤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가지 그랬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세계가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G20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는데, 국제회의나 공동체도 많아서 세계인을 만날 기회가 많다. IT기술이 뛰어나고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한국에 온 처음엔 모두 “몇살이냐, 결혼했냐”와 같은 사적인 질문들을 해서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나도 ‘빨리 빨리’ 문화에 적응하고 있다.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배운다.”
-태풍 하이옌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대한 각국 지원과 반응은 어떻게 느꼈나.
“태풍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됐지만 국제적인 연대를 실감하는 계기도 됐다. 특히 SNS가 유용했다. 주한필리핀유학생회(PIKO)도 모금을 하려고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청주에 있는 필리핀 유학생들이 그날이 마침 빼빼로데이(11월11일)여서 빼빼로를 팔며 이미 모금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숙사에서, 카페에서, 또 인도네시아 유학생들, 필리핀에 있는 한국학생들도 모금에 동참하면서, 300만원 모금을 예상했었는데, 3200만원이 걷혔다. 사람들의 관심과 연대가 감동적이었다.”
-알리고 싶은 필리핀 문화가 있다면.
“필리핀 인구의 10%가 해외에서 산다. 필리핀 커뮤니티는 전 세계에 잘 형성돼 있는데 전통적으로 서로 돕는 정신, 즉 ‘바야니한(bayanihan)’이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는 더 즐겁다(It’s more fun in the Philippines.)’라는 여행문구가 있다. 무슨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낙천적인 사람들 때문이다. 필리핀은 해마다 20번의 태풍이 오는 등 자연재해가 많지만 CNN이 보도했듯 엄청난 재앙 뒤에도 미소(smile)를 띠며 가진 것과 감사한 일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뭘까.
“환경문제가 시급하다. 이번처럼 태풍으로 폐허가 되기 전에 예방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강한 정부가 나서서 당장 실행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앞으로의 꿈은.
“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구나 멘토링을 통해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아시아 학생들이 아프리카나 중동으로도 진출하고 필리핀에서 의학을 배우기도 하면서 그들의 역동성을 실현시키도록 돕는 멘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