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뢰퍼즐] “신뢰하려면 서로 아는 게 우선”
탈북 대학생이 말하는 남북 인식차…‘북한 알기’ 교육 절실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2만6000명. 이들은 ‘먼저 온 미래’로 불린다. 언젠가 남북이 함께 지내게 될 때 이들은 남북 주민을 연결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등록증을 받은 한국인이지만 정착에 어려움이 많다. 그 중 가장 힘든 것은 바로 남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구분 짓고 편 가르는 태도, 오해와 편견 등. 15살 어린 나이에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을 떠나 중국에서 2년 간 머문 뒤 2004년 한국에 온 신호남(26)씨는 지금 어엿한 대학생으로 통일의 역군을 꿈꾼다. 신씨에게 남북간 인식 차이를 들어봤다.
-남북통일을 위해 한국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가.
“서로를 너무 모른다는 게 문제다. 교과과정에 북한 관련 과목이 따로 있으면 좋겠다. 수능시험에 2문제 이상 출제한다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이 다른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지금 ‘통일을 해야 하냐’고 물으면 ‘찬반’ 답보다 ‘관심 없다’는 답이 더 많을 정도다. 2011년 만난 독일 기민당 의원이 말하길, 동서독은 준비가 없었고 갑작스러워서 아직도 불협화음이 있다고 했다. 남북통일에 독일 사례를 참고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물로 볼 것이 아니라 교훈을 찾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하더라. 북한을 모르면서 통일이 되면 혼란스러운 상황이 얼마나 난감할까. 사고의 틀이 달라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은 남남갈등이 심하다. 정치적 성향을 얘기할 수 있나.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봤다. 북한을 미화하는 것은 절대 찬성할 수 없다. 통일 대상이고 인권을 챙겨야 하지만 그렇다고 적대적으로 가면 안 된다. 내 친척이고 이웃이고 가족이다. 정권은 욕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뭉뚱그려서 욕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탈북민을 조명하는 언론의 시선을 어떻게 보나.
“국경을 넘은 ‘꽃제비’를 다루며 북한의 전부인 양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고위층 삶도 북한의 일부이듯 가장 낮은 계층인 꽃제비도 북한의 한 단면이다. 일반적인 중간층의 삶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은.
“1990년대 중반 식량난으로 학교를 중퇴했고, 전염병이 창궐해 생활을 할 수 없어 탈북했다.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으니 한국에 와서 제 나이보다 낮은 학년으로 들어갔다. 청소년 문화를 몰라 소외감도 느꼈지만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떤 교사는 수업 시간에 ‘빨갱이’ 운운하며 부정적인 면을 강조했고, ‘금강산 피격사건’이 발생했을 땐 ‘전쟁이 일어나냐’면서 모두들 내게 질문하더라.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의지와 상관 없이 의견을 강요당했고 책임을 지우는 듯 느껴졌다. 말 안하면 ‘왜 안하냐’며 내 생각을 단정했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했다. 삶을 그만둘 것인지 다른 나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할 정도의 압박이었다.”
-부동산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꿈은.
“여기서 부동산학과를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편입됐구나’라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경제적 요인도 중요하겠지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화려한 건물들을 보고 북한과 비교돼서 가장 충격을 받았다. 통일이 되면 북한 도시개발을 하고 싶다. 통일이 안 되더라도 제3국을 통해 북한의 인프라 개발에 보탬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