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사회적 책임과 ‘창조적 자본주의’

빌 게이츠가 한국에 왔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박 대통령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에 대해 ‘창의성과 사회적 책임을 겸비하신 분’이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대한민국의 4050세대에게 빌 게이츠는 IT(정보통신) 세상을 연 컴퓨터계의 황제다. 1975년 19살 나이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2008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를 은퇴할 때까지 33년 동안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가 처음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할 무렵은 PC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전이었다. 그 이후 IBM PC가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MS-DOS를 활용하여 컴퓨터를 작동했다.

현재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상관없는 테라파워 회장으로 있다. 2000년 초 그의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주면서 새로운 사회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2000년 들어 자신과 부인 이름을 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교육’과 ‘건강’이라는 목표로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그는 테라파워 회장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들을 연구 중이라 한다.

빌 게이츠는 하나의 기업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고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열악한 삶의 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와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과 존경을 받고 있다. 2008년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사 은퇴식 연설에서 강조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라는 개념은 다보스포럼 등 국제사회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한 빌 게이츠의 생각은 오늘날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자본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향상시켜 주었다.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곧잘 잊어버린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나 표현수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 가난하였고 예방할 수도 있는 병들에 시달렸으며 생명을 살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부와 비영리 단체들이 그들을 돕는 역할들을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만의 힘으로 그 일을 하게 되면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발명품들을 만들 기술은 기업체들이 갖고 있다. 이런 기술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창조적인 자본주의가 필요하다.?(2008.6.27)

새 정부 들어 많은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얘기하고 있다. 창조경제에 대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위 연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한마디로 한다면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적으로 담고 있다. 기업들과 비정부 조직 즉, NGO와 NPO들이 함께 일하면서 전 세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시장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사회봉사를 기업들의 ‘책임’ 차원이 아닌 ‘의무’ 수준으로 한 단계 더 격상시켰다. 투명하고, 공정하고,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사회적 토대 위에서 기업의 건전한 발전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 기업은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당시 2000년 초 반독점법 등으로 제소되기도 하는 등 기업 경영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가 이룬 경제적 성과와 부를 지구촌 사회의 교육과 건강과 빈곤퇴치를 위해 사회적으로 재투자하며 ‘창조적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빌 게이츠의 경영 모델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사회책임경영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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