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사회책임’…한국기업→지구촌기업!
한국 주요 35개 기업이 시급히 고쳐야 할 사회책임 개선과제 발표
한국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는 무노조 방침을 철회하는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업재해 직업병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대주주가 주도하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를 개선하고 한국사회의 부패구조와 단절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인도 오리사 주(州)에서 제철소를 가동하고 있는 포스코는 제철소의 환경 파괴적 배출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대부분 지역사회 구성원들이기도 한 종업원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 인권과 복리후생 증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지구촌 사회책임 가이드라인 ISO26000을 자문하는 SR코리아(www.srkorea.asia, 대표 황상규)는 35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경쟁, 지역사회참여발전 등 ISO26000 7개 핵심 주제별 이행수준을 진단해본 결과 이 같은 개선점이 도출됐다고 28일 발표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공통 과제, 지배구조 개선요구도 많아
발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한편 배임이나 횡령, 비자금 등 한국의 부패고리와 과감히 단절하는 투명경영으로 한국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 개선, 부패 방지, 소비자 안전과 제품 리콜 등에 더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주문이다.
발전소 입지와 송전선로 문제로 한국의 지역주민, 환경단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전력에 대해서는 “에너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하고, 수십년 간 이어져온 납품 하도급 비리를 근절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에 대해서는 정유사 간 불공정 담합행위 관행을 끊고, 에너지 기업들이 특히 중점을 둬야 할 에너지·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거듭 주문했다. SK에너지에는 특히 SK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개선과 부패방지 대책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밖에 LG전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폐가전제품 재활용 책임 강화 문제를,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산업재해 직업병 대책을 각각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최초로 ISO사회책임 기준으로 한국 기업 진단
그 동안 한국 정부나 공공기관, 연구소, 언론사 등이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해 왔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만든 지구촌 사회책임 가이드라인인 ISO26000 7대 핵심주제별로 한국 기업들을 진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기업별 성과를 점수화 해 서열을 매기는 이른 바 ‘줄 세우기’ 방식을 지양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격으로, 사회책임이나 지속가능경영 관련 이니셔티브가 사실상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쓴 소리’를 해주는 것이 지구촌 사회책임가이드라인(ISO26000) 제정에 참여한 한국의 전문가들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소명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SR코리아 황상규 대표를 비롯해 ISO26000 제정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핵심 주제별 전문가 7명은 종전과 달리 소비자와 주주, 종업원, 언론, 시민단체 등 기업의 실제 이해관계자가 해당 기업과 진행해온 실질적인 소통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다.?관공서 발표자료와 언론사 홈페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해당 기업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담았다.
황상규 대표는 “해당 기업들이 이들 이해관계자들에게 갖는 ‘설명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 사회적 소통(Communication)을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둬 관련 ISO26000 조항을 근거로 개선과제를 제시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