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의 東北亞] 조선족=한국인, 말이 되나?

지구상의 수많은 민족 중에서 유태인과 우리민족의 호칭이 복잡하다. 이를테면 유태인의 발상지는 이스라엘인데,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가나안, 이스라엘, 유대, 주이시, 팔레스타인 등 다양하게 불려 왔다. 한반도는 코리아, 조선, 한국 등 여러 가지로 불리며, 우리민족은 조선민족, 한민족, 고려인, 조선족 등 다양한 호칭을 갖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헷갈린다. 이념문제도 개입돼 더욱 복잡하다. 남한 사람은 조선민족이란 호칭을, 이북 사람은 한민족이란 호칭을 죽기살기로 싫어한다. 샌드위치에 있는 조선족은 가운데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비극이다.

우리민족 호칭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전체 우리민족을 아우르는 호칭을 조선민족이라 해도 되고 한민족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그리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해외동포를 말할 때 재미교포, 재일교포, 고려인, 중국동포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러나 한국인도 조선족이라 부를 수 있다는 주장엔 반대다. 조선족이라는 개념은 중국에서 56개 민족 중 하나의 소수민족으로 등록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상에 흩어져 있는 우리겨레와 혼돈하여 사용할 수 없다.

아울러 조선족은 우리 겨레의 한 갈래이기 때문에 광의적인 의미로 조선족을 조선민족이라 부르는 것은 어폐가 없다. 이 주장은 조선족학자들이 한국에서 학술포럼 때 수차례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데 있어 걸핏하면 사전 들먹이기를 좋아하는 유식한 어떤 분이 한국국어사전이 어떻고 조선어사전이 어떻고 중국어사전이 어떻고 하면서, 한국인도 조선족이라 부를 수 있다는 ‘횡설수설’을 발표하여 일부 독자들이 ‘조선족=한국인’인 것으로 혼돈하고 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틀에 박힌 권위 외에도 이 세상엔 관념법과 관념상식이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선 부부가 이혼하면 자녀의 친자행사권을 보통 부에게 귀속시킨다. 법적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나 유교적 관념법이?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건도 선의적인지 악의적인지에 따라 범죄마다?처벌이 달라진다.

상식도 마찬가지이다. 틀에 박힌 상식 외에 관념상식이 있다. 오늘날 만주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역사적인 맥락으로 머리에 굳어진 관념에 의해 동북삼성을 여전히 만주라 부르고 있다.?이것이 곧 관념상식이다.

조선족을 포함한 우리민족 여러 호칭에 대해선 사전적인 해석보다 관념적인 상식을 믿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할 수가 있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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