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의 東北亞] 헷갈리는 한국식 한자 표현
한국어 어휘 중 70% 가량이 한자어에서 유래됐으니 한반도는 중국문화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36년 일제치하에서 세월을 보내 아직도 그 영향이 남아 있다는 것을 필자는?유기농기능사교재를 보고 절실히 느꼈다.
지난 4월10일 한국에서 국가공인 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는 동포는 재외동포비자(F-4)로 변경해준다는 법무부의 발표 이후 현재까지 수만 명의 동포들이 기능사자격증을 따려고 교육받고 있다. 기능사자격증엔 120여 가지 종목이 있는데 동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목은 정보처리, 한식요리, 미용, 세탁, 오염물처리, 유기농, 금속창호 등이다. 동포들은 기능사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외래어와 화학용어가 많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문명이 서양에서 옮겨왔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유기농만은 예외다. 동양의 농업역사가 적어도 7000~8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까. 즉 유기농기능사교재엔 서양식물과 일부 비료명칭 및 화학적 토양분석용어를 제외하고는 외래어가 아주 적어 동포들이 승산이 많다. 그런데 한자어가 90% 이상을 차지해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한자어가 그토록 많은가? 답은 간단하다. 한국은 법전을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가 일본의 것을 베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유기농교재도 마찬가지. 일본에서 쓰고 있는 한자어를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혹자는 동포들이 중국에서 왔으니 한자어가 쉽지 않겠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농사에서 상용 비료인 인산, 요소 등은 한자어이지만 두음법칙에 의해 본래 린산(燐酸)을 인산, 뇨소(尿素)를 요소라 부르니 동포들의 머리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강의할 때 린산이나 뇨소라 알려주고 한문을 써주면 이해하기 쉽다고들 한다.
한국어에 논과 밭이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재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식 표현이으로 거의 답과 전으로 표현한다. 이 일본식 표현은 중국에 비해 선진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중국(조선족 포함)에서는 논을 수전, 밭을 한전이라 표현한다. 조선족은 논과 밭을 혼동한다. 수전을 논밭이라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일본식으로 논의 토양성격에 따라 분류되는 논은 사질답, 추락답, 천수답, 누수답, 노후답 등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답’에 대해 한국강사들이 당연히 알겠거니 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조선족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답’은 한문으로 ‘畓’이므로 판서하면 아주 쉽게 이해한다.
풀기가 있는 토지를 점토라 하는데 한문으로 粘土, 성분이 다른 흙을 옮겨다 덮는 것을 객토라 하는데 한문으로 客土, 퇴비는 堆肥 등 용어들이 한문으로는 쉽지만 한국어로는 매우 어렵다.
광복이후 이북에서는 이남에서 말하는 두음법칙이 없다. 예를 들면 이남에서는 리씨 성을 이씨, 로씨를 노씨라 발음하는데 이북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없다. 한문 음독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선 한국에서 말하는 한자어 어휘, 예를 들어 ‘견인차’를 우리말식인 ‘끌차’로 표현한다. 또 외래어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순수 우리말인 ‘손전화’로?한다. 일제잔재청산이 잘됐기 때문이다. 거꾸로 남한에서는 두음법칙에다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에 외래어까지 가세해 실로 장마당이다.
혹자는 장마당식 언어를 사용해도 한국은 너무나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