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의 東北亞] 중국인이 ‘대충대충’인 이유
100년 전 미국선교사 아더 스미스는 산동성을 비롯한 여러 성에서 22년을 생활하면서 중국인의 인상에 대해 <중국인의 소질(원제 지나인의 기질)>이란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후 서구 여러 나라와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반응이 좋았다.
당시 구미의 대중전문가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하고 책도 많이 출간했으나 이 책이 유명해진 것은 아더 스미스가 최초로 ‘중국인은 정확함을 무시한다’고 지적해 중국인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더 스미스는 이 책에서 “중국인은 매사에 ‘차뿌둬(差不多: 차이가 많지 않다. 한국어 ‘괜찮다’와 비슷한 뜻)’라는 말을?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중국인이 정확성을 무시하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다”라고 지적했다.
‘차뿌둬’는 일상생활에서 차이가 많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됐다’는 의미로 사용된다.?차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됐다는 뜻이다. 즉 웬만큼 차이는 따질 필요 없이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다.
‘쏴라 쏴라! 짱꼴라(算?算?中國人)’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쏴라 쏴라’는 웬만하고 어지간한 일은 따지지 않고 “됐어, 됐어!” 라는 의미이다.
중국인은 일상생활에서 “쏴라 쏴라, 차뿌둬 쥬씽라(算?算? 差不多, 就行?!”는 말을 많이 쓰는데, 확실히 아더 스미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인은 정확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더 스미스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중국인이 정확성을 무시하는 폐단을 설명했다. 중국인은 상대가 나이를 물을 경우 똑 부러지게 정확한 나이를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이 먼저 물어온 상대에게 얼마나 돼 보이는?지 되묻는다. 그리고 나서 겨우 한다는 대답이 “불혹의 나이요, 환갑이 지났소, 고희에 가깝지요”라고 대충?말한다. 노인들은 흔히 61세이면서도 “올해 60~70 먹었어요”라고?말한다.
다시 말해 중국인은 일반 사물에 대해 정확성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숫자와 관련된 것도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남이 나의 흉을 보면 용납 못하듯이 중국 지식인들은 아더 스미스의 지적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이청조(李淸照)는 “아더 스미스는 중국인에 대해 유(流)만 말했을 뿐 원(源)을 짚지 못했으니, 편견이다”라고 비판한 뒤 “중국인이 정확성을 무시하는 이유는 모든 사물을 머리로 따지지 않고 마음으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인의 정신>의 저자인 고홍명(辜鴻銘)은 “중국인이 정확성을 무시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심령미를 추구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중국인의 사물에 대한 태도, 분석, 처리 등을?종합해 보니 “중국문명은 두뇌의 문명이 아니라 마음의 문명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음의 문명이란 곧 정(情)의 문명이다. 그러므로 중국문명은 곧 정의 문명이다.
이러한?점은 조선반도도 중국인과 마찬가지여서 정의 문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정이 많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중국인처럼 정확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대충대충, 어지간히, 건성건성’과 ‘괜찮아’가 정확성을 무시하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