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수단 떠나는 한비야 “구호는 위험하지만 무한히 창조적인 일”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는 한비야 씨. <사진=민경찬 기자>

‘바람의 딸’ 한비야가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떠난다. 2년 반만에 현장으로 간다. “가슴이 뛴다”고 했다. “손꼽아 기다리던 그리운 현장”이라고 했다.

7월 마지막 날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시아엔(The AsiaN) 사무실에 한비야씨가 왔다. 아시아엔과 인터뷰를 하고 또 방송사로 가야하는 바쁜 일정 중이었다. 수단으로 가면 5개월 후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떠나기 전에 국적도 다양한 아시아엔?가족들을 만났다. 지난 6월 초 만남에 이어 두 달이 안 돼 다시 만난 자리였다.

아시아엔 기자와 인턴들의 질문에 답하는 한비야 씨(왼쪽), 박소혜 편집장, 임현정 양, 이시형 양, 메이디야나 라야나(인도네시아 유학생). <사진=민경찬 기자>

한비야씨는 “원래 8월1일에 출발 예정이었는데, 오는 10일 유엔 여성대회(UN Womem)에서 기조연설을 해야 해 출발을 11일로 미뤘다. 내년 1월5일까지 남수단에 머무른다”고 했다.

그는 3가지 자격으로 남수단에 간다. 첫째는 9년간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했던 ‘월드비전’ 사업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살피는 본부장 역할이다. 또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으로서 남수단에 필요한 원조를 살피게 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자문위원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한비야씨는 “예전에는 긴급구호와 개발 현장을 뛰며 모금 활동과 홍보를 했다면 이제는 교육과 정책 자문을 할 수 있게 된다. 같은 현장이지만 장기간 머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취약한 존재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는 것은 의무”

아시아엔 인턴 임현정양(미 하치키스(Hotchkiss) 고교 2학년)은 수많은 나라를 다녀 왔고, 또 계속해서? 다니는데, 한국에 다시 오는 힘은 무엇인지 물었다.

“여긴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다. 나도 사람이니 지칠 때는 정신적 위안을 받는다. 한국사람, 한국음식, 특히 산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는 여전히 매일 집 근처 북한산을 오른다.

임양은 “미국에 있는 수단 친구가 유엔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 ‘인생은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더라. 원조나 지원이 치우치지는 않나”하고 물었다.

한비야씨는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는 사람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닐 거다. 공정해야 한다. 힘은 나눠져야 한다. 특히 수단은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고, 구호자금도 몰려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양이 유엔에서 ‘세계여자어린이날’을 10월11일로 지정받았다고 하자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다. 취약한 사람, 특히 어린이이고 여자일 경우 특별한 관심을 줘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가…’머리’와 ‘가슴’만이 아닌 ‘손발’이 움직여야”

국제구호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시형 양(목동고 2학년)은 구호활동에 필요한 덕목을 물었다.

한비야씨는 “약자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똑부러지게 대답했다.

“구호활동은 단지 기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머리는 냉철하고 가슴은 뜨겁지만 손발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평소 약한 노인들에 대해 어떻게 대하는가. 이주 여성을 어떻게 대하나. 본인이 현장에서 지원한다고 멋지게 느끼는 것이 구호가 아니다. 일보다는 명예를 좇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내 청춘과 에너지를 부수적인 일에 쏟는 것은 슬픈 일이다. 기본적으로 나와 남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것이다. 그게 세상이다. 돕는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어야 한다.”

한비야씨의 답변을 경청하는 아시아엔 외국인 인턴?메이디야나 라야나(인도네시아, 왼쪽)와 우왈라카 템플(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학생 메이디야나 라야나(아시아엔 인턴)은 세계 각국 중 특히 ‘남수단’으로 가는 이유를 물었다.

한비야씨는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스리랑카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갔었다”고 밝히며 “남수단은 기존의 수단에서 독립한 지 얼마 안됐다. 안정적인 정부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기근, 범죄, 재해 등 원조가 가장 급한 곳이다. 특히 남수단의 유전과 북수단의 송유관을 사이에 두고 분쟁의 소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구호개발’ 적임지, 중국-서양 완충지대”

나이지리아에서 온 유학생 우왈라카 템플(아시아엔 인턴)이 “많은 나라를 다녔는데 위험한 곳도 있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사실 구호활동을 다닐 때마다 다시는 구호를 위해 이곳에 오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 구호를 받을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오게 되면 여행이었으면 싶은 거다. 그러나 나는 ‘가슴 뛰는 일’을 한다. 구호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도와주는 것이 즐겁고, 창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는 최근 한비야씨의 관심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있는 이유를 물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우선?개인적으로 언어 욕심과 호기심이 있다. 일로서 중국은 구호와 개발에서 떠오르는 중요한 주체다. 10년 전에는 중국이라는 존재가 없었다. 또 지금은 서양과 다른 그들의 방식이 있지만 이해한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은 중국과 서방의 완충지대다. 한국은 식민지, 전쟁, 독재, 가난, 고도성장 등 역사적 경험을 다 겪어서 구호개발에 적극 나서기 좋다”고 밝혔다.

인턴들과?기념촬영하는 한비야 씨. 왼쪽부터 메이디야나 라야나, 한비야, 이시형, 우왈라카 템플, 임현정, 정성원. <사진=민경찬 기자>

“굶는 사람 없고 누구나 초등교육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내 꿈”

정성원 군(영상고 3학년)이 “부모님이 청소년 독서치료교육에서 한비야씨 영상을 꼭 보여준다”고 하자 그는 “기쁘다”면서 “남 돕는게 쉽지 않다.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주변에 ‘동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비야씨는 “10년 전만해도 한국은 왜 우리가 다른 나라를 돕냐고 했다. 지금은 모두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떻게 잘 도와주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 일정으로 빠듯하게 아시아엔과 인터뷰를 마친 한비야씨, 정작 본인은 종일 끼니조차 제대로 못 떼웠으면서도 속사포처럼 이렇게 마무리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첫째, 이 세상에 굶는 아이가 없고, 둘째, 이들이 적어도 초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야 이들도 꿈을 꿀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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