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주자학파’라고 아시죠? 그 수괴가 내 꿈!”
*다음은?2012년 6월5일 한비야씨와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비야씨와의 약속에 따라 두번째 인터뷰인 7월31일 기사와 함께?발행됩니다.
“나는 꿈을 말하는 사람, 한국은 원조받은 경험 탓에 ‘두손’ 원조 가능”
바람의 딸 한비야가 6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시아엔(The AsiaN) 사무실을 찾았다.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이다.
네팔 프라카스, 터키 알파고 시나씨, 중국 왕수엔 등 20~30대 외국인들과 함께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여전히 열정적이었다.
세계의 젊은 에너지는 바로 이 아시아에 있고 그 증거는 곳곳에 널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책이 나왔다. 사인회를 했었는데 2시간을 기다려서도 받았다. 베이징을 지나는데 어떤 학생이 500위안을 긴급구호에 써달라며 주더라. 책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힘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에너지가 꿈틀댄다.”
한비야씨는 이번학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국제구호학’을 강의했다. 국제구호에 대한 기존의 교재는 없다. 모든 내용은 현장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 경험을 살려서 ‘국제구호학’ 교재를 쓰고 있고, 내년이면 ‘국제구호학개론’을 출간해 강의에 사용할 예정이다.
터키 지한통신사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연필은 칼보다 날카롭다”는 터키 속담을 소개했다. 한비야씨가 글의 힘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얘기한 대답이다.
“다들 돈만 생각하고 밥만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꿈을 꿔야 한다. 바다를 보며 고기잡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저 수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꿈도 꿔야 한다. 나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한비야씨는 앞으로 3가지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현장과 학교와 정책이 그것이다. 현장은 NGO와 정부, 유엔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두손으로 주는 원조’를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주기만 해서 ‘한손으로 주는 원조’다. 후진국들은 받기만 해서 주는 것을 모른다. 한국은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받아봤기 때문에 어떻게 줘야 하는 지 아는 것이다. 우리는 그걸 할 수 있다.”
한비야씨는 앞으로 15년간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이라고 했다. 즐겁고 행복한 인생, 그리고 도와주고 나누는 것이 그의 인생 모토다. 그후 5년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경험을 많이 해야 책 내용도 풍부하지 않겠나? 머리와 가슴으로 쓰는 그런 책.”
“저는 ‘주자학파’의 수괴가 되고 싶어요. ‘나눠주자’는 뜻의 ‘주자’에요. 나눈다고 없어지지 않아요. 이렇게 반짝반짝 저를 쳐다보는 눈빛들에게 제 열정을 얘기하고 나눠준다고 그 열정이 없어지나요? 물질적인 것도 마찬가지에요. 나누면 언젠가는 이 세상을 밝게 만드는데 다 보탬이 돼서 돌아옵니다.”
글 박소혜 기자 fristar@theasian.asia
사진 민경찬 기자 krismin@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