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고려인마을 청소년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10년간 러시아어권 다문화 학생 수 (2012-2022) <출처 한국러시아어교사교수협의회>

급격히 늘어나는 러시아어권 다문화 학생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한국러시아어교사교수협의회(KATPR)가 2024년 1월 30일 국회 교육위원장실에서 가진 “러시아어권 교과 개설 확대와 교사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자료를 보면, 학교에 다니는 러시아어권 다문화 학생 수가 2012년 1,520명에서 10년 후인 2022년 13,257명으로 8.7배가 늘어났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초등학교(6.4배)보다 중학교(21.7배), 고등학교(25.1배)의 학생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각종학교만 나와 있고 대안학교(예: 안성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와 러시아학제로 운영하는 러시아학교(예: 안산 노아네러시아학원, 인천 글로리아상호문화학교)의 중·고등학생 연령대가 빠진 상태다. 결국, 한국사회 정착을 준비해야 하는 고려인 청소년의 진로·취업 교육의 시급성을 말해준다 하겠다.

논공초등학교와 북동초등학교 고려인 학생들. 맨 왼쪽이 필자

대구 논공초등학교 고려인 학생 재외동포 이해 교육

필자는 지난 10월 16일 재외동포 이해 교육으로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논공초등학교의 4~6학년 고려인 학생을 대상으로 “고려인은 누구인가요? 왜, 다시 대한민국으로 오고 있나요?” 주제로 강의했다. 한국어가 초급 수준인 학생이 많아 이태윤 교사가 박타마라 이중언어 강사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필자는 먼저 러시아 민속춤인 고팍춤을 추는 한국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주고 질문했다. “이 춤이 무슨 춤인가요? 이 춤을 출 수 있는 학생이 있나요?” 여기저기에서 “러시아 춤이요. 안드레이가 잘 춰요.” 안드레이는 4학년 미(美)소년이었다. 처음에는 ’까먹었다‘고 했는데 동영상을 다시 틀어주고 따라 해보라고 하니 바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린 학생들의 시선과 관심을 끄는 강의 도입으로 적절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한인들이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도 의병운동과 독립운동을 했고,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인 학생공연단의 서울 공연(고팍춤 등)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였고, 한글신문이 발행되고 한국어로 가르치는 학교에 다녔으며, 우리말로 공연하는 고려극단도 소개했다. 당시 한반도는 일제강점기였는데, 조선(한국)보다 연해주 한인들이 더 민족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후에 모든 학교에서 러시아어로 공부해야 했고 우리말을 상실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 들어온 여러분이, 부모님도 마찬가지, 한국어를 새롭게 공부하고 있음도 알려주었다. 필자는 러시아어를 잘 하는 여러분은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한국과 러시아/중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중간중간 퀴즈도 냈는데 열심히 참여했다.

왼쪽 세 번째가 고팍춤을 춘 안드레이와 퀴즈를 맞힌 학생들. 오른쪽 끝은 박타마라 이중언어 강사.

국내 고려인 청소년 지원 정책 정책토론회

지난 11월 1일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사장 한건수)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국내 고려인 청소년, 소통과 통합을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3인의 주제발표와 5인의 토론발표가 있었는데, 인천 함박초등학교 임희정 교사의 “고려인 밀집 지역의 다문화 학생 지원 방안” 토론발표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고려인 청소년 교육·취업 지도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한 아시아발전재단에서도 고려인 학생의 진로·취업 지도와 관련해 고려인 학부모 한국어교육과 대화모임 지원 등도 염두에 두면서 『함께 하는 고려인 이야기』(아시아발전재단·북코리아, 2024)를 출간한 바 있다. 재단에서는 온양용화고등학교 한국어학급 최은혁 교사와 아산 이순신고등학교 명미 역사 교사에게 책을 보냈다. 한국 학생과 고려인 학생 모두 ’자랑스러운 고려인 이주사’(한글, 러시아어)를 알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책의 제2, 3부인 ’한국생활 상담 사례’와 ’생활 한국어‘는 학부모의 한국살이에 바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인 밀집 지역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무엇보다도 학생의 ’분산‘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다문화 학생 수가 30%가 넘어가면 ’교육‘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2018년 봄 대구교육청은 달성군 북동초등학교의 고려인 학생이 많이 늘어나자 이웃 논공초등학교로 분산해 좋은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아시아엔> 2023-7-11 “[달성 고려인마을②] 대구논공초등학교에서 만난 이태윤 교사) 그런데 2024년 현재 논공초등학교도 다문화가정 학생이 42.4%다. 벌써 한국 학생들이 떠나고 있다.

10월 16일 논공초등학교 특강에 참여한 달성군 인구청년혁신팀 이다해 팀장과의 대화(특강 후)에서, 이태윤 교사는 우선 당장에 멘토링 봉사하는 계명대 등 대학생에게 달성군이 여비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공읍이 멀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려인 학부모 상담도 감당할 수 있는 고려인 이중언어 강사를 ’임기제 교사’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입국 고려인 학생에게 일부 교과를 러시아어로 가르치고 또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고려인 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중도입국 고려인 청소년이 날로 늘어나는데, 대부분 출신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형편에 따라 시차를 두고 들어와 학교 현장에서의 지도가 더 어렵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정책토론회에서 남양초등학교 텐리디야 이중언어 강사의 제안이 와닿았다.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기 전 1~3개월 혼자 지내는 기간에 입국하는 고려인 청소년을 위한 200시간 이상 한국어, 문화·역사 교육 프로그램이 생기면 좋겠다.” 그날 정책토론회 주제인 ‘소통과 통합을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재외동포청과 지방정부/교육 당국이 고려인마을 초등학교와 시민단체와 협력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하는 고려인 이야기> 앞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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