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재외동포 이해’ 수업의 롤모델 대구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역사 속의 고려인과 귀환 고려인 여성의 한국살이’ 강의 요약 슬라이드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지난 10월 15일 대구가톨릭대 신난희 교수의 ‘현대사회와 여성’ 강좌에서 진행한 재외동포 이해 교육 수업은 특별했다. 그날 아침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문자를 받았다. “학생들에게 미리 주실 생각해보기 질문이 있으실까요? 두세 개 질문 정도요” 이미 강의자료(PPT)는 보낸 터였지만, 학생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강의의 핵심 부분을 급하게 적어 보냈다.

① 연해주로 ‘살길을 찾아 자진(自進) 이주’를 떠난 한인들, 어떻게 조선의 유이민에서 소비에트 ‘고려사람’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을까?
② ‘유형(流刑) 민족’으로 삶을 시작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 어떻게 한민족의 생활문화 전통을 유지했을까?
③ ‘귀환’ 고려인 여성들의 한국살이에서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60명 넘는 학생들이 2시간 넘게 수업 ‘집중’ 

강의 시작 직전 신난희 교수가 대구가톨릭대학교 강의지원 시스템을 열자 이미 사전에 받은 강의자료(PPT)를 읽은 학생들의 질문들이 나왔다. 또한, 필자가 오전에 준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이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강의 당일 준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

효과적인 강의 진행을 위한 담당 교수의 노력이 돋보였다. 필자는 생각지도 않게 2000년부터 고려인 연구를 하게 된 계기부터 소개했다. 그리고 왜, 160년 전 한인이 러시아 연해주로 들어가 의병운동과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또 1920~30년대에는 일제강점기 한반도보다 더 민족적인 삶을 살았는지를 설명했다. 10분 휴식 시간 후에는 강제이주 후 중앙아시아 생활과 소련 해체 이후 다시 연해주와 대한민국으로 귀환하는지를 강의했다.

특별했던 대구가톨릭대 ‘재외동포 이해’ 수업

강의자료를 읽고 사전 질문을 작성하고, 또 강의 직전에 올린 질문에 답변을 올려서인지 2시간이 넘는 강의 내내 60여 명의 학생들, 경청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이 작성해 올린 대답이 부족하기도 했고, 강의를 요약할 겸해서 다시 질문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고려인 역사와 고려인의 한국살이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4명의 학생을 지목했다. 100% 정답은 아니더라도 강의를 경청했으니 상을 받을 만했다. 재외동포청에서 제공한 상품권을 주었다.

“재외동포청의 ‘재외동포 이해’ 교육, 더욱 정교해져야”

재외동포 이해 첫 강좌 개설 소식 <‘재외동포의 창>  2013년 3월호

재외동포재단(현 재외동포청)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재외동포 이해’ 교육을 시작한 것이 2013년이다. 한국외대가 시범적으로 시행했는데, 한 학기 동안 강좌 운영을 지원했다. 한국외대를 시작으로 서울대, 전남대, 인하대, 고려대 등 전국 대학으로 확대되었으나 5년 후에 대학별 강좌지원 사업은 종결되고, 다시 과목별 1~3회 지원 사업만 진행 중이다.

2024년 봄 재외동포청이 사업을 재개하면서 초등학교에서도 재외동포 이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재외동포가 누구인지? 특히 왜 재외동포(고려인 등)가 한국에 돌아와서 사는지? 재외동포 이해 교육은 학교뿐만 아니라 대안학교(동포)와 동포지원센터(NGO)에도 필요하다. 동포 청소년들이 선조들의 이주사를 배운 바가 없고, 동포집거지 지역사회의 동포 이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는 재외동포 이해 교육을 대안학교와 동포 NGO로 확대하고, ‘대학의 재외동포 이해 교육’은 신청 교수와 강사의 사전 협력 속에 진행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외동포재단 시대(1997~2023)를 마감하고 2023년 6월 새롭게 출범한 재외동포청은 과거와 달리 귀환 동포, 그중에서도 80만이 넘는 중국동포와 12만에 이르는 고려인동포 사회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사회분과) 회의에서도 ‘귀환 재외동포 사회경제적 통합’ 전문가 발제가 있었다. (필자의 발표주제 : “고려인 청소년 교육의 현안과 정책 제안”) 조상의 나라, 대한민국을 찾는 재외동포의 한국살이에 한국사회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 점에서 재외동포청은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가 집거(集居) 중인 지방정부와도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전개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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