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진의 시선] 칡무리…그 친구, 언제나 철이 들까?

칡무리 <사진 황효진>

지난 해 추석 무렵
꽁깎지 열매 달고 오포집 목책 위를
기웃거린 칡의 무리다

그 무리가
올해에는 더위를 잊은 듯
향기 짙은 보랏빛 나비꽃으로
한가위 대보름 달맞이에 나설 태세다

바로 너,
작년 추석 때
한비의 주말 친구를
축대 아래로 낚아챈 악의 무리가 아닌가?

그때,
자유낙하의 순간
모든 것이 다 끝났다 싶었다
비류직하삼천척 별유천지비인간의 경지에 도달했다 싶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병상에서 깨어보니
지공거사의 목에 철이 들고
잎길에 가득하던 혼돈의 안개는 사라졌다

일 년 뒤
의사의 전언에 따르면
그 친구의 목에 든 철이
아주 견고하게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 친구,
육십갑자를 한바퀴 돌고나서
높이 올라가 덤으로 삶을 가져오더니
깊이 떨어져 덤으로 삶을 받아왔다
참으로 덤덤한 삶이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추석 연휴
한비(韓非)의 고분(孤憤)과 세난(說難)을
한 줄 한 줄 무릎치며 읽다가
2200여년 전 주살당한 한비를 동정하며 비애감을 떨칠 수 없다고 하니 말이다

그 친구,
언제나 철이 들까?

사진 황효진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