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진의 시선] 전등사 원숭이는 무슨 생각을…
광해군 시절부터 400년 넘게
전등사 대웅보전 귀공포 네 모서리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처마를 받들고 있는 조각상이다
스님의 눈에는
부처를 받드는 착한 원숭이로 보이지만
속인의 눈에는
도편수의 순정을 짓밟은 못된 나부상(裸婦像)으로 보인다
말 없는 조각상,
경건과 탐욕의 경계에 선 도편수의 심상(心像)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지금 여기 강화의 전쟁을 목도하고 있는 나의 눈에는
그리스 신들의 전쟁 때 제우스에게 패패한 아틀라스가 지구를 떠받드는 형상으로 보일 뿐이다
누군가는 저 자리에 올라가
시대를 읽지 못한 죄를 참회할 때가
머지않아 올 터이다
언제까지
땅에는 시지프스의 신화,
하늘에는 아틀라스의 신화가
계속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