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진의 시선] ‘인동초’…”인고(忍苦) 찬미를 넘어 자연 신비를 간직한 금은화”
추운 겨울을 푸른 이파리로 견딘다
따사한 봄에는 개화 욕망을 억누른 채
주변에 기대어 광합(光合)의 일터에서
넝쿨의 덩치를 키운다
마침내 뜨거운 여름날에
해오라기를 닮은 하얀 꽃을 피운다
인내의 열매는 단 것일까?
노란 꽃술을 꿀물로 가득채우고
인동의 고통을 사랑의 환희로 이끌
중매쟁이 꽃등에(flower fly)를 초대한다
인동초,
수분(受粉) 후
수정의 환희 끝에
중세의 연금술사를 비웃듯
하얀 꽃잎을 노란 꽃잎으로 바꾸며
은빛 세상을 금빛 세상으로 수놓는다
인동초,
속세의 인고(忍苦) 찬미를 넘어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금은화(金銀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