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양사학과 동창회’가 뜨는 이유는?
작년 연말 tvN의 ‘강용석의 고소한 19’는 대한민국의 ‘영향력 있거나, 뜻 있는 모임’을 소개했다. 서울클럽, 알프스회, 이화여대정보과학대 최고위과정, 한국종합예술학교연극원동문회, 녹원회, 아름지기,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경기회, 덕수상고동문회, 수요봉사회, 예술의전당후원회, 담쟁이포럼, 여의포럼, 서울시향후원회, 민사판례연구회 등이 4~19위에 포진했다. 그러면 1~3위는? 3위는 해병대전우회(회원 80만명, 전국 243개 지회), 2위 호남향우회(회원 1300만명)이 차지했다. 1위는 회원 28만명의 고대교우회라고 이 프로그램은 밝혔다.
그런데 여기선 진짜 ‘영향력도 있고, 뜻 깊은 모임’을 빼먹은 듯하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창회다. 1969년 서울대 사학과가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로 분리되면서 시작한 이 학과 동문들의 2013년 1월 현재 동창회원은 600여명 남짓. 지난 2009년 학과 생긴 이후 40년 만에 처음 모인 이들은 모였다 하면 수십명이 보통이다. 2012년 송년회에도 눈보라를 무릅쓰고 150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이들이 이렇게 잘 모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학과엔 ‘제왕’이 계셨다. 중국사 연구의 태두 고 민두기(1932~2000) 교수가 바로 그다. 민 교수는 생전 “공부 안하는 학생은 서울대 동사과에 필요없다”며 F학점 주기 일쑤였다. 철저한 학생지도와 교육은 70~ 80년대 재학생들의 원성을 불러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그는 이제 졸업생들엔 그리운 스승, 고마운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게다가 78학번으로 공인회계사인 황효진 총무의 물불 안 가리는 역할 덕택이라고 동문들은 입을 모은다.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1969년 입학)에 이어 2대 회장을 맡고 있는 조순용(1971년 입학)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학창시절의 추억이 지금은 뭔가 후배들과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찾기 위해 하나씩 모여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학과 출신들은 언론계, 학계, 문화예술계, 재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창회는 2009년부터 <東史>를 매년 한 차례 발간하고 있다.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 작년 말 발간된 4호는 346쪽에 이른다. 원고료도 없이 각 분야 최고봉에 이른 동문들이 원고를 보탠다고 한다.?인문학에서 여행기, 동창소식 등 다양하다. 이쯤 되면 프랑스의 ‘아날학파’에 버금가는 연구물을 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