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혁 칼럼] “김문수 장관님, 필리핀 가사 도우미 임금 과연 적절한 겁니까?”
존경하는 김문수 장관님. 장관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나라 역사에 빛나는 발자취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김문수 장관님의 지나온 날들을 되새기며 더하여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고군 분투하시던 모습을 통해 이 나라 많은 국민들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의 참 모습을 보았습니다. 청문회장에서 보여주신 의연한 모습은 국민들의 암울한 마음 속에 희망을 보여줬다고 저는 믿습니다.
균형 잡힌 경제개념, 뚜렷한 사상적 정체성, 확고한 역사인식, 그리고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괴담들을 바로잡는 미래지향적 국가관과 흔들리지 않는 애국심은 보수냐 진보냐의 이분적 논리를 떠나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진로를 제대로 제시해주는 가늠자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가 대망하던 적격의 노동부 장관을 발견했고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대한민국 미래의 국정 전반을 책임질 지도자를 점 찍게 된 것같습니다.
그런데 김문수 장관님.
그러한 감동에도 불구하고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 할까요? 김 장관께서 하신 말씀 중 걱정스러운 점이 있어서 바쁘신 장관님의 시간을 잠깐 빌릴까 합니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의 임금에 관한 말씀 때문입니다. 김 장관께서는 “그들의 최저임금은 법으로 정해진 사항이므로 238만원의 월급은 조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발언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상에 무슨 이런 법이 다 있습니까? 누가 만든 법입니까? 이것도 법이라는 것입니까? 한국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법의 적용과 달리 이것을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저희들은 김 장관이라면 “이 법은 검토해서 현실에 맞게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하리라 기대하였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비교적 잘사는 곳-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에 가면 살림이 풍족한 사람들은 필리핀에서 온 가정부들을 고용합니다. 그들은 예의도 바르고 영어를 잘해 가정부로서 최고의 대접을 받습니다. 토요일 오후 홍콩 도심의 작은 공원에 가면 필리핀 가정부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 것을 봅니다. 말미를 얻어 오후 한때 그렇게 고국 동포들과 만나는 것입니다. 그들은 거기서 그리운 고향 소식을 듣고, 보고 싶은 아이들의 이야기도 나누고 때로는 새살림 차린 남편 소식도 듣습니다.
말레이시아에도 많은 필리핀 가정부들이 있습니다. 최근 말레이지아 방문길에 말레이시아 지인의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았습니다. 저녁을 끝낸 뒤 그 집을 나서는데 그 집 가정부가 주인의 눈을 피해 저를 따라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나의 한국 전화번호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그녀가 나를 따라 나온 이유를 알아 차렸습니다. 한국에서의 취직을 부탁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품위있는 40대 후반의 그녀는 늘 주인의 칭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녀는 교육도 제대로 받았고 영어도 잘합니다. 집안 일도 깔끔하게 하고 아이들도 잘 돌봅니다. 그녀의 필리핀에서의 월급은 한국돈으로 3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월급은 그 두배인 60만원을 받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합의한 충분한 금액입니다. 많은 여인들이 집을 떠나 객지에서의 외로움과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며 그 돈을 벌러 오는 것입니다. 그들은 번 돈을 꼬박꼬박 집으로 송금해서 아이들 대학도 보내고 심지어는 남편이 새집 살림 차리는데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동남아의 평화롭던 가정부 고용시장에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아니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한국에 가면 매월 238만원을 번다, 그것도 네 시간 일하고 그 돈을 받는다. 하루 두 탕을 뛰면 자그마치 470만원을 벌 수 있다. 이렇게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많은 돈벌이에 그 점잖고 충성스럽던 내 친구의 가정부가 주인의 눈을 피해 가며 저에게 접근한 것입니다.
자기나라에서 버는 돈의 8배 되는 돈을 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제 필리핀 여성들의 노다지 광산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길에서 돌을 줍듯 눈먼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런 믿지 못할 일에 대해 한국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생각할까요? 한국인들을 존경할까요? 아닙니다.
돈은 제대로 가치 있게 쓸 때 존경을 받습니다. 그들은 많은 돈을 약속한 집에 와서도 한 푼만 더 준다고 하면 옆집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바라는, 안정된 인간적인 정을 나눌 생각은 없게 됩니다. 그들은 한국의 믿을 수 없는 높은 임금을 졸부근성으로 허랑방탕하는 천민들의 돈잔치로 멸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38만원이라니, 470만원이라니.
저는 1966년 마닐라에서 열렸던 월남 참전 7개국 정상회담을 기억합니다. 그때 제법 잘 살던 주최국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 대한민국의 박정희 대통령에게 거들먹거리며 보여주었던 박대와 모멸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두나라의 최고 경영자의 능력에 따라 60년 뒤 후손들의 삶이 이처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제눈으로 확인합니다.
김문수 노동부장관님.
이것이 가정부에 국한된 것이라면 저는 바쁘신 분을 번거롭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노동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장관님께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사회는 특히 제조업은 이제 외국의 기능인력을 쓰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국 기능인력을 관리할 기본법도 정해지지 않은 채 외국인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임금체계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그들은 무법과 무질서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이대로 둔다면 그들은 범죄집단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관리할 규범의 수립이 시급합니다. 그들의 모국에서 받는 임금과 연동된 임금체계의 확립, 입출국 관리, 작업장 이탈의 제한 등 여러 분야의 관리 체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동남 아시아에서는 가정부를 고용하기 전 가정부가 머물 방을 집 한쪽 구석에 반드시 지어 놓습니다. 그녀는 거기서 24시간 지내며 주인 식구를 돌봅니다. 그리고 60만원을 고맙게 받고 있습니다. 그 집을 떠나면 어디에도 발붙일 곳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제조업체의 외국인 고용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우선 그들을 고용하려는 기업은 그들이 묵을 숙소를 마련해서 그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그들의 이동을 제한해야 합니다. 그들이 직장에 자리잡은 뒤 며칠도 되지 않아 돈 한푼 더 주는 곳으로 옮겨 다닌다면 말도 안되는 높은 임금은 단순히 국부의 유출이며 국가 경쟁력의 상실로 돌아올 것입니다.
“법이 있으니 그대로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기 전에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두뇌를 모으십시요. 국가 경쟁력을 고양하고, 직원들 임금을 제때 지불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경영자들과 머리를 맞대어 쓸모 있는 이민 기능공 관리법을 제정하십시요. 그것이 곧 국가의 백년대계가 될 것입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지는 않았습니다. 김문수 장관님의 현명한 결단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괜찮은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8시간 기준 238만원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