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③] 조양호 회장의 아마추어리즘과 금융당국의 ‘무책임·무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사진=뉴시스>

[아시아엔=황성혁 황화상사 대표, 전 현대중공업 전무] 조양호 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산업은행의 협조 거부가 결정적이었다. 한진은 세계 대형선사들의 치킨게임(대형선사의 물량공세로 소형선사 죽이기)에 졌다”고 변명했다. 치킨게임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주요선사들은 모두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다. 결국 조 회장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위기와 맞설 기업가 정신의 결여되었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둘째로 통탄할 일은 은행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세계 모든 은행의 자금 운용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상은 선박이다. 단일 대상으로 액수도 크고 자금회수 방법이 확실하고 이익창출도 보장되어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박과 같은 대상에 투자하거나 조선소를 상대로 자금지원을 하거나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회사와 거래를 하고저 하면 철저한 전문가적 분석을 해서 자금흐름 등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상대방 회사와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이룬 뒤 거래를 시작해야 한다.

은행 담당자가 마치 자선 사업을 베풀기나 하듯, 국가적인 복지사업의 집행관이기라도 하듯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기의 직책을 포기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자기의 직무를 모르는 사람으로 엄중한 문책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은행은 선박에 투자할 때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 없느냐만 명확히 따지면 된다. 프로젝트의 앞뒤를 정확히 파악해서 이익이 남으면 추진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다. 은행과의 공정한 경쟁도 보장되어야 한다. 선주나 조선소는 한 은행과 협상해서 실패하는 경우 다른 은행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 은행과 진행이 되지 않으면 준비된 외국은행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에 전문가가 없고 관료들만 가득 차 있어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외국의 선박금융 담당자는 대부분 조선이나 해운에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해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와 직접 씨름을 해서 거기서 승부를 본다. 이익이 나건 손해를 보건 스스로 책임을 진다. 시혜기관처럼 행사하는 한국의 은행과는 천양지차가 난다.

대우중공업의 부실은 은행의 관행이 키운 특징적 실패 사례라 할 수 있다. 다른 조선소가 위험부담이 커서 포기한 프로젝트에 대우조선이 뛰어들어 결과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시작부터 그랬다. 그때마다 은행은 채무를 자산으로 바꿔주었다(Debt Asset Swap). 그것이 반복되면서 한때 대우중공업의 자산이 현대중공업 자산보다 몇 배나 커지는 기형적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소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그것이 은행의 손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에 대한 징계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은행의 조선소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고 은행에게 주어지는 아첨성 대접에 익숙해져 갔다. 은행의 관료적 행태는 이제 확실히 접어야 된다. 은행이 자금운용기관으로서 확실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이익 창출기관으로서의 역할로 돌아가면 조선소나 해운회사의 자금 운용도 단순해지고 경영도 쉬워질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은행은 선박금융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한진해운의 경우도 그랬다. 몇천억원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한진그룹에 대해 응징하듯 더 이상의 자금지원은 없다며 마치 하느님이 죄인에게 벌을 내리듯 생명 줄을 놓아 버렸다. 한진해운은 응징의 대상이 아니라 사업의 파트너이며 은행의 이익 창출과 손해 발생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행위였다.

위압적으로 짓눌러 버릴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값비싼 배가 어서 한국에 돌아 오도록, 배가 싣고 있는 고귀한 화물들이 하역되어 적시에 소비자들 손에 들어가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협의를 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하는 것이 한진해운을 위한다기보다 은행 자신을 위해 합당한 조치가 아니었던가.

한진이 떠안았던 부채로부터 은행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한진의 파산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상당기간 은행에 큰 상처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더 이상 한진 때문에 허비하지 않겠다고 공헌하기 전에 그들의 손에서 삭고 있는 국민의 재산을 보전하는데도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은행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오그라든다. 정부의 규제를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오늘날 세상에 자랑할 만한 번영을 이끈 기본 동력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기업가정신이었다. 정부나 정치계의 관료주의가 아니었다.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한 우리 사회에는 활기가 넘치고 번영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정신은 위축되어 갔고 그것은 관료주의 아래 정부 규제 때문이었다. 국가경제나 사회발전의 만년지계를 외면하고 목전의 인기주의에 영합하거나 정치집단의 단기적 이익에 집착한규제가 기업가정신을 짓누르는 원흉이 되어 왔다.

언젠가 한 기업의 총수가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 최우수 집단인데 반해 정치집단은 훨씬 뒤진 후진국 수준이란 말을 했다가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은 진실이었다. 정치인들도 한편으로 욕을 하면서도 시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진해운은 창업 이래 해운보국의 이념 아래 우리사회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배를 지어 선복량을 키워나갔고 전 세계로 영업망을 확장하였고 질이 높은 화주들의 값비싼 화물들을 확보하면서 세계의 성공사례로 찬양 되었다. 그러나 2008년 Lehman Brothers의 파산 이래 재무 건정성이 급작스레 악화되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것이 400%로 제한한 채무비율이었다. 채무비율 400%를 넘는 해운회사에는 선박건조 금융을 제한한다는 융통성 없는 규제조항이었다.

수백억 혹은 수천억원의 돈이 들어가는 선박을 건조하는데는 어느 나라나 어느 선주나 선박금융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선박건조비용의 80% 정도를 금융으로 채워 선박 인도 후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분할상환 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그것은 잘 확보된 용선계약에 의해 보증되어 있으므로 단순한 채무로 계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한 일반 채무로 계상한다면 400%의 채무한도를 지킬 수 있는 선주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계의 황금노선을 지키기 위해서 선대의 대체, 선복량의 확대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선박금융을 얻지 못해 배를 지을 수 없었던 한국 선주들은 외국선주로부터 배를 빌려 올 수밖에 없었다.

질 좋고 경쟁력 있는, 확고한 계획에 의해 건조된 선박들은 선주가 안정적인 영업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고 장기적 수입을 확보해주어, 시장이 어려워졌을 때라도 선주의 재정을 흔들지 않는다. 그러나 남의 배를 빌리는 것은 때로는 폭탄 돌리기 같아서 불안한 국제시장의 용선료 롤라코스터에 해운회사 전체의 생사를 맡기게 되는 것이다.

2010년 세계시장 불황으로 한국 해운회사들이 가장 큰 치명상을 받았다. 모두 자신이 지은 자사선 때문이 아니라 빌려온 배들의 급격히 오르내리는 용선료 때문이었다. 2017년 2월 17일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다시 읊는다. 1905년 장지연 선생이 하셨듯 오늘 이 사태를 통탄한다. 50년 동안 공들여 쌓아온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오늘을 이루어 낸 조중훈 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선각자들의 땀이 한갓 헛된 것이 되어 버렸다.

한 나라의 신용이 땅에 떨어지고 엄청난 자산이 스러지고 고귀한 주식이 휴지가 되어 버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닌 지고의 가치를 수호하고 다시는 이런 허망한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초를 다지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 탓 네 탓할 겨를이 없다. 선각자들이 지녔던 아니 그보다 더 확고한 기업가 정신으로 백년대계를 세우고 후세에 남길 흔들리지 않는 유산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하늘은 오직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One Response to [한진해운 파산③] 조양호 회장의 아마추어리즘과 금융당국의 ‘무책임·무능’

  1. Seojuhee April 5, 2017 at 4:26 pm

    이런 상식적인 기사들은 중앙언론에선 왜다루지
    않는거죠?
    산업은행 외국화주에게 공문을통한.현대상선 적극적인 지지요청 공문발송등..
    상식적이지 않은 산업은행. 정치적인 관료들의.
    경제적인 시각에서 구조조정이 아닌. 어느특정 세력의 이권이 개인된 . 어쩌면 언론마저도 장악하고있는.
    이런주요한 기사들 조차도. 국민 눈과 귀를 다막아버리고. 쓰레기기사만 내보내는건 당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한민국에서 더이상 희망이라는걸 꿈꿀수 없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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