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②] 현대상선 현정은의 ‘불타는 투혼’, 한진해운 최은영에겐 없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아시아엔=황성혁 황화상사 대표, 전 현대중공업 전무] 세상에서 가장 의미 깊은 파티 중의 하나가 선박의 명명식이다. 수백억 혹은 수천억씩 값이 나가는 소중한 새 배가 완성되어 청결무구한 몸을 처음으로 물에 담그고 이름을 받는다. 그 배가 긴 항해를 떠나기 전 탄생을 알리는 특별하고 어쩌면 황홀한 의식이 명명식이다. 그 파티에는 금융관계자들, 화주들 그리고 그 사회의 존경받는 여러 손님들이 초대된다.

그 파티의 주인공은 선주다. 여성선주라면 단연 그 아름다운 파티의 우아한 주인공이 된다. 최 회장은 그 화려한 축제의 여왕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드러난 우아함은 거저 얻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 내면에 엄청난 양육강식의 생존경쟁이 숨겨져 있고 그러한 치열한 투쟁을 이겨낼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그런 투쟁을 이겨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 우아한 선주의 지위이다. 한때 한국의 양대 해운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여성이었다. 현대상선의 현정은 회장과 한진해운의 최 회장이었다.

해운시장이 좋을 때 그들은 우아한 축제의 주인공으로 비교되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시련의 시기가 왔을 때 그들은 확연한 능력의 차이를 드러내었다. 현 회장이 영혼을 불사르는 투혼과 기업가정신으로 현대상선을 살려낸 반면, 최 회장은 어려움과 맞설 열정도 지식도 기업가적 정신도 없었다. 최 회장은 어떤 노력도 해보지 않고 2014년 기업을 내던져 버리고 말았다.

이 케이스는 우리의 재벌 경영 세습에서 가장 주목할 사례로 기억되어야 한다. 기업은 그 기업의 가치를 알고 지켜낼 수 있고 그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를 이겨 나갈 수 있는 기업가정신이 있는 사람에게 인계되어야 한다. 그런 자신이 없는 사람이면 처음부터 맡지 말아야 한다는 엄중한 교훈이다. 폭탄 돌리기가 끝나고 잔치도 그 막을 내렸다.

현실은 엄중했다. 56척의 벌커와 탱커, 그리고 콘테이너선 83척이 조양호 회장의 손으로 넘어왔다. 엄청난 선복량 이었다. 문제는 콘테이너 선이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22명의 다른 선주로부터 빌려온 56척의 콘테이너 선이었다. 예를 들면 Seaspan으로부터 3척의 10,000TEU 선박을 하루 43,000불에 빌렸는데 실제로 그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그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운임은 끊임없이 추락했다. 한 척당 하루 수천만원씩 적자가 발생했다. 빌려온 배들은 모두 같은 운명이었다.

56척을 10년 동안 그 적자를 변제해야 하는 계약이었다. 조양호 회장이 이러한 엄중한 현실을 알았는지 그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보고 한진해운을 맡기로 했는지 의심스럽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용선주들과 맞붙어 용선료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법을 창출하고, 그들과 용선료 인하를 합의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편, 그룹내의 돈 될 만한 자산을 매각하여 현대상선의 경영 건전성을 높여 나갔다.

반면 한진해운은 선박의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 400% 맞추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자사 선박의 매각은 스스로의 약점을 드러내어 신용을 떨어뜨리고 거래선이 급속히 떠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문제의 해결을 이끌어 내기 전에 한진해운과 동맹관계를 맺었던 해운회사나 경쟁관계에 있던 해운회사들이 한진의 세계적 지분을 차분히 갉아먹고 있었다.

채권자인 은행과 한진해운 간에 책임공방이 시작되었다. 한진이 해운업을 계속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추가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금액에 대한 타령만 계속 되었다. 실질적으로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누구에게서도 보이지 않았다. 애물단지를 어디든 하루 빨리 내던져 버리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들 같았다. 살리지 못했을 때 발생되는 경제적·사회적 문제나 책임은 생각지도 않았다. “투입되어야 할 금액이 1조2천억원이네”, “한진이 9000억을 마련하네”, “채권단이 3000억원을 보전해야 되네” 하며 숫자 노름들을 하다가 2016년 5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시작하더니 그 해 9월 덜컥 법정관리를 선언하게 되었다.

반세기 동안 쌓아 올린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세계 각 항구에서 한진 선박이 압류되기 시작했다. 큰 돈 때문도 아니었다. 하역료 몇억원, 연료비 체불액 몇십억원 등 사소한 비용의 체납 때문에 척당 1천억씩 하는 선박이 수백억원의 소중한 화물을 싣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몇 달씩 압류된 것이다. 법정관리를 결정하기 전 최소한 선박의 안전한 귀항과 화물의 적기 인도부터 고려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1000억 혹은 많아도 2000억 정도의 현금만 준비했어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경우 우리사회에 17조원 이상의 상처가 남을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투입되어야 할 돈이 1조2000억원이네 3000억원만 도와주면 회사를 살릴 수 있네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17조원에는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 쌓아 올린 무형의 자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진해운이 화주들과 세계각국의 거래선들과 길러놓은 전통적 신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신용도 추락은 계산되지 않았다. 특히 콘테이너선의 운항은 일반상선과 달라서 정확한 일정에 따른 운영이 필수이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일으켜 세우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한번 무너지면 그를 복구하기에는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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