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년] 균형 잃고 기우뚱···한국사회 복원력 회복 시급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부도덕과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언제까지 비통에만 빠져 있을수 없다. 안전하고 믿음직한 미래를 건설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슬픔을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뉴시스>

세월호사건 발생 3년, <아시아엔> 자매 월간 <매거진N>은 2014년 6월호에 ‘세월호 특집’을 기획·보도했다. <아시아엔>은 세월호 인양을 계기로 더 이상 제2, 제3의 세월의 사건이 이땅에서 영원히 발생하지 않기를 염원한다. <아시아엔>이 3년 전 <매거진N> 특집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하는 이유다.(편집자)

매거진N 2014년 6월호 세월호 특집판

[아시아엔=황성혁 황화상사 대표, 전 현대중공업 전무] 세월호 참사는 우리들에게 “이토록 철저하게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줬다.

세월호는 여객선 선실을 확장했다. 상갑판 위에 철판을 더 붙이는 일이라 무게중심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배가 기울었을 때 복원력이 떨어지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럴 때 배 밑바닥에 평형수를 채워 무게중심을 아래로 내려야 한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가 기울어졌을 때 복원력을 잃어 배가 뒤집히고 만다. 그런데 바닥에 평형수를 채우기는커녕 갑판 위에 규정 이상의 차량을 속여 실어 무게중심을 더 높였다.

배가 기울어지면 배 위 물건들이 한쪽으로 쓰러지고, 쓰러진 화물들이 한쪽으로 몰려 배의 무게가 넘어지는 쪽으로 쏠린다. 그때 남아있는 복원력까지 잃게 되어 배가 뒤집어지는 쪽으로 힘을 보태게 된다. 그래서 배에 들어가는 모든 물건은 출항 전, 배의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배에서는 자동차는 물론, 심지어는 선박의 비품마저 고정시켜 놓지 않아 배가 기울어지자 바닥에서 제멋대로 미끌어져 다녔다.

승선 하면 선원들은 정장을 하고 자기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 예의이며 상식이다. 여객선에서 선원은 안전을 위한 모든 책임을 지며 동시에 승객을 통제할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승객안전을 위한 승무원 수칙이 상세히 정해져 있다. 특히 급류가 있는 물길에서는 해도를 잘 알고 선박운항에 가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조타를 하고 항로를 지켜야 한다. 선박운항은 기후, 바람, 물길의 변화가 커 일사불란한 지휘와 통제가 필수적이이다. 그러나 그날 선장은 제자리에 없었다. 경험이 일천한 조타수가 타륜을 잡았고 급류에 휩쓸렸을 때 그는 심지어 타륜을 놓쳤다.

선장만이 아니었다. 그 해운회사의 사장은 해운에 대한 전문지식도, 경영능력도, 직원 장악력도 없었다. 회사만이 아니었다. 회사가 속한 그룹이 거느리는, 하나같이 ‘냉소적인’ 이름의 회사들의 명목상 경영자들은 전문성은 없고 경영능력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들을 거느리는 숨은 손은 달아났다.

부도덕하고 무능한 집단은 몰락하도록 예정되어 있었지만 자신들만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회 전체를 부도덕하고 무능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 반세기 성실하고 정직하게 땀 흘려 이루어 놓은 우리 사회였다. 시작은 보잘 것 없었으나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자랑스런 사회가 됐었다. 모두들 구성원으로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부도덕하고 무능한 집단은 이 자랑스런 사회를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문제는 무력감이다. 상상할 수 없는 굴욕을 당하고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실제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모두는 이런 수준의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인가.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손가락질이 시작되었다. 정치가들은 서로 삿대질을 해댔다. 하도 익숙해져서 이젠 이상한 일도 아니다. 언론은 앞뒤 가리지 않고 욕부터 해댔다. 그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전문가의 지식은 욕설에 묻히고 올바른 해법은 질타에 날아가 버렸다. 누구든 목청껏 부르짖었다. 그것으로 무력감을 보상받으려 했을까.

해경은 해경대로, 해군은 해군대로, 민간구조대들은 그들대로 안간힘을 다했다. 무언가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욕설만 돌아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들은 오직 고함만 지르고 있었다. 노고에 대한 칭찬보다 거친 질타만 있었다. 국무총리가 물병세례를 맞고 정부 관료들은 일률적으로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한국선급은 무능의 대표조직이 되었다.

국무총리와 한국선급회장이 사표를 냈고, 해경은 해체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전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사태를 더 혼란시키는 미봉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사건에서 떳떳한 사람이 누구일까. 대통령이 내탓이라고 했고, 조문객들마다 내탓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 세상 아무도 남의 탓이라고 손가락질할 자격은 없다. 국회의원, 언론, 국민 가운데 누가 이 오욕으로부터 자유롭다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상대방만 보이면 삿대질이었다. 아직도 “대통령 물러가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들은 이 오욕으로부터 자유스런 존재인가.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사건의 합리적인 종결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이 본질에 어긋난 사회적 독소에 대해서도 명확히 파헤쳐야 한다.

복원력을 상실한 배가 전복된 그날 우리 사회도 균형을 잃고 기울었다. 균형을 회복할 복원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기를 바라는 일부세력도 눈에 띠었다. 우리가 이 사건으로 복원력을 잃을 정도로 허약하기를 바랐을까. 어림도 없는 말이다. 어떻게 이룬 우리 사회인가. 국민들 피땀으로 불모의 땅에서 선진의 길목까지 다다른 우리 아닌가. 우리는 충분히 건강하며 단단하다.

이제 복원력을 되찾아 사회의 균형을 잡을 때가 되었다. 너무 오래 기울어져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미래를 건설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사건현장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모두 현장에서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해경 업무가 불분명해서 문제가 있었다면 미국의 해안경비대처럼 ‘순찰, 해난, 안전’(Patrol, Rescue, Safety)을 총괄하는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주면 된다. 선박안전법, 연안여객선법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세비나 축내고 법안만 들어가면 깔아뭉개는 국회의원들에게 맡길 수 없다면,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해 신속 공정하게 제정해야 한다.

한국선급회장의 사표는 즉각 반려해야 한다. 세계 10위 안에 있는 선급의 위상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세계 제일의 조선공업과 세계로 뻗어나가는 해운업 발전을 위해서도 한국선급의 위상은 인위적으로라도 제고되어야 한다.

더구나 수십년 된 정부 관료의 낙하산인사에서 벗어나, 1년 전 선거로 당당히 뽑힌 선급의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어 한국선급의 신뢰 추락을 막아야 한다.

세월호 비극이 우리를 더 이상 무능하고 무기력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영원한 패배자가 된다. 비극의 원인제공 자는 발본색원하되, 한편으로 비극을 거울삼아 우리의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구석구석 다져야 한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위대한 일을 많이 이루었다. 어처구니없는 시행착오도 경험했다. 하지만 마침내 우리는 모두 이겨냈다. 그리고 너희들에게 떳떳이 이 아름다운 세상을 넘겨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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