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황성혁 소설 ‘축복’···조선업계 산증인의 현장기록
[아시아엔=편집국] “조선소를 시작한다는 것이 막막한 황무지에 바벨탑을 지어 올리는 작업 같았다.…조선소의 용접사는 세계 최고가 되었고, 설계사는 최신의 기술을 선도해갔고, 세계 시장은 조선소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재현은 그때 선박 영업 책임자였다. 1년에 200일 이상을 집 밖으로 떠돌아 다녔다.”(<축복> 中에서)
<축복>은 조선업의 불모지던 한국이 어떻게 조선 강국에 이르게 됐는지를 한 선박중개인의 시선에서 풀어낸 소설이다. 배경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의 경기 부양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 한국의 조선소 현장이다.
일평생 조선업(造船業)에 종사한 황성혁(黃成赫·81)씨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로 비즈니스맨이나 청년들에게 시사하는 바 많다. 저자는 영국·인도·그리스·노르웨이·나이지리아 등 세계 각국을 누비며 400여 척의 대형 선박을 판매하는 등 전설적인 ‘선박 세일즈맨’으로 회자된다. 그 공로가 인정돼 2011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마산 출신인 저자는 1950년대 말 마산고 재학 시절, 마산 문단의 최고봉 ‘백치 동인’으로 활동한 문학가다. 이후 서울대 공과대학 조선과(造船科)를 졸업하고, 1965년 한국기계(현 대우중공업)에서 기계부품을 설계했다. 1972년 현대조선(현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해 기술자로 있다가 당시 정주영 회장에게 선박 판매사원으로 발탁돼 런던지점장과 판매담당 전무를 지냈다. 1989년 현대중공업을 퇴사한 그는 이듬해 세운 ‘황화상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선박중개업을 하고 있다.
1998년 펴낸 자전적인 산문집 <넘지 못할 벽은 없다>는 신생 조선국 한국의 조선 실정을 담은 책으로 영국에서 먼저 영문판으로 출간했다가 반응이 좋아 2010년 국내에서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