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강국’ 한국, 이젠 ‘친환경 소형선’에도 힘 쏟아야

친환경선박 ‘전기추진 유람선’. <사진 해양수산부>

한국의 조선공업을 들여다 볼 때마다 자긍심과 자괴감을 함께 갖는다. 한국의 조선공업은 막강한 Big3를 앞세워 위풍당당하게 세계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들은 기술적으로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 뿐 아니라 앞장서서 이 소중한 산업의 미래를 열어 나가고 있다. 한동안 침체기를 거친 선박 신조 시장은 근래 들어 초호황기(Super Cycle)를 맞았다.

우리나라는 2021년 초대형 콘테이너선과 2022년 LNG 운반선의 폭발적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세계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굳건히 하였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국적화물 수송을 위한 국책사업으로 자국 건조하는 경우가 더러 있긴 하지만, 공개 시장에서의 이 두 선형들의 입찰 경쟁은 오롯이 한국의 차지였다. 문자 그대로 독보적이다.

그러나 그런 특정선에서의 독주가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스런 마음을 메울 수가 없다. 초대형 콘테이너선, LNG 운반선은 부가가치가 높고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소중한 선형이다. 그러나 그들을 우리 조선산업의 전부라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수요가 주춤하면 우리 조선산업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작년까지 세상을 휩쓸던 초대형 콘테이너선 시장은 이미 파장에 와있다.

금년은 LNG 운반선의 해다. 금년에 발주된 것만 100척을 넘겼다. 그 대부분을 한국이 짓는다. 압도적 독점세이다. 호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그런데 이 찬란한 호황에서 우리는 독점적 지위의 혜택을 제대로 향유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선가만 보아도 그렇다. 2010년대 중반 대형 LNG 한 척에 2억2000만불을 받았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며 1억8000만불대로 떨어졌다.

독점적인 지위에 있음에도 국내 조선소들 사이의 불필요한 경쟁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이제 엄청난 수요를 등에 업고 선가는 2억2000만불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선가가 인상되었다기 보다 그동안 오른 자재 값을 간신히 반영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서 압도적인 독점적 지위에 있으면서도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LNG의 시대가 저물면 우리 조선산업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동안 걱정해 오던 기술 인력의 부족이 현실이 되었다. 산업의 업황에 부침이 있을지라도 핵심 기술요원들과 필요 생산자원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했었다. 유럽 조선산업의 몰락, 일본의 쇠퇴는 기술 인력의 소멸과 더불어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는 해운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Bulker를 포기한지 오래 되었다. 우리의 전통적인 고정 먹걸이였던 VLCC를 지난 1년동안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유조선 수주절벽이 세계적인 추세였다고는 하지만 우리 조선공업정책의 편식성은 조선공업에 한파가 닥쳤을 때 헤쳐 나갈 길을 꽉 막아 버린다. 부가가치가 적고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해서 경쟁을 포기할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적용가능한 고급 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부가 가치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있다. 앞으로 세계가 필요로 하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친환경적 경제성을 갖춘 소형선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소형선박을 지을 조선소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조선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이 문제 역시 내버려 둘 수 없는 분야이다.

그런데 최근 소형선 쪽에서 해답이 나왔다. 마치 먹구름을 뚫고 비치는 한줄기 청량한 햇빛 같다. 유럽의 한 선진국이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에 대한 원조 계획을 세웠다. 수많은 섬들 사이에 해상 수송을 책임질 친환경 소형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길이 50미터, 300 DWT 정도의, 우리 눈높이로 보면 피라미같은 소형선이다.

효율적인 추진기를 써서 청정한 그곳의 환경을 지키고 섬들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배에는 고효율의 엔진이 설치되어 있는데다 추가로 돛을 달아 연료 효율을 높이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기본 개념이 적용되었다. 처음 이 배는 당연히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의 조선소에서 짓는 것으로 작정되었다.

그러나 곧 여러가지 문제가 발견되었다. 선박의 효율성과 청정지역의 환경보호를 고려한 설계와 생산을 통제할 경험있는 설계 회사를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작지만 용기 있고 경험 많은 한국의 설계 회사가 참여함으로서 해결되었다. 한국 회사는 현지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설계를 완성했고 한국의 소형 조선소를 영입해서 그들의 생산 시스템을 첨단 설계에 접목하였다.

설계 사무실과 조선소의 합동 작업으로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유럽의 발주처와 계약서명까지 마쳤다. 이제 정부의 환급보증(Refundment Guarantee)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보증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이 선형은 문자 그대로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이 선형은 전세계 도서 국가의 평화스러운 수송 수단의 전범(典範)이 될 것이다. 이 배는 지역적인 수요가 많은 일반 화물과 40여명의 승객을 나를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세계의 무수한 도서 지방에서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창출될 수요가 눈에 보인다. 우리의 기술적 우수성과 최적의 생산 기법을 적용하여 소형선 건조의 미래를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는 예쁘고 참신한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계약이 발효되고 건조가 시작되어 세계 곳곳에서 섬사이를 누비는 이 아름다운 배의 모습을 볼 날이 속히 오기를 빈다.

㈜빈센이 개발중인 수소연료전지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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