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지혜와 통찰의 보물창고···칼릴 지브란 ‘예언자’
100년 뒤 태어난 황유원 번역 돋보여
[아시아엔=황성혁 황화상사 대표, 시인, <넘지 못할 벽은 없다> 등 저자, 현대중공업 임원 역임] 아랍지방에 출장가면 저녁 시간이 한가해진다. 그때마다 나는 TV를 켜고 뉴스채널을 본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중독된 것처럼 뉴스에 빠져 든다.
우뚝 선 콧날과 깊은 눈을 가진 아나운서는 탁탁한 발음으로 뉴스 원고를 읽는다. 그의 얼굴의 굴곡만큼 높낮이가 뚜렷하고 음절이 툭툭 끊어지는 아랍 문장을 경청한다. 나는 그 음절과 높낮이를 즐긴다.
그것은 시다. 참 아름다운 시다. 하루 다섯번씩 새벽에 시작해서 저녁 늦게 끝나는, 시내 구석구석으로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는 또 하나의 시다. 나는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에 갔을 때 그 기도 시간을 기다린다. 음절이 분명하고 뒷맛이 긴 그 간절한 부름은 시이며 노래다.
아랍인들은 그 생김이 모두 철학자 같다. 시인들 같다. 그들의 기름기 없는 거친 피부와 우수에 젖은 눈길을 보며 그들의 체념적인 세상에 대한 통찰과 인생에 대한 상념의 깊이를 생각한다. 척박한 환경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대한 지혜를 생각한다. 살아가며 단편적으로 마주치는 아랍시인들의 작품은 ‘실패와 영원’ ‘인생의 무상’ ‘인간과 신과의 관계’를 천착하는 영혼의 울림으로 내게 다가온다.
칼릴 지브란이 그의 지혜를 담은 책 ‘예언자’를 들고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그의 속내를 조용 조용히 들려준다.
알무스다파가 열두해를 머물던 오르팔리스성을 떠나려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를 고향으로 데려다 줄 배가 도착한 것이다. 오스팔리스성의 사람들이 그의 출발을 간곡히 만류한다. 성 주민들의 지도자 알미트라는 그를 더 이상 잡아둘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주민들의 같이 하고자 하는 열망을 공유한다. 그는 절충한다. 그는 알무스타파에게 부탁한다.
“그렇다면 떠나십시요. 그러나 당신의 진리를 저희들에게 전해 주십시요.” 그 청을 받아들여 배가 도착한 아침부터 그가 고향으로 떠나는 저녁까지 하루 낮 동안 도시의 주민들에게 인생에 관한 마음 속 지혜를 전한다. ‘사랑’ ‘결혼’ ‘아이들’ ‘베풂’ ‘먹고 마시는 것’ ‘일’ ‘기쁨과 슬픔’ ‘집’ ‘옷’ ‘사고 파는 것’ ‘죄와 벌’ ‘법’ ‘자유’ ‘이성과 열정’ ‘고통’ ‘자신을 아는 것’ ‘가르침’ ‘우정’ ‘말하는 것’ ‘시간’ ‘선과 악’ ‘기도’ ‘즐거움’ ‘아름다움’ ‘종교’ ‘죽음’ 등의 인생의 스물다섯 가지 근본과제와 ‘배의 도착’과 ‘작별인사’에 대한 그가 지닌 진리를 주민들과 나눈다.
한 문장, 한 단어가 모두 그의 사유를 담은 맑고 고운 음향이다. 읽어가며 눈에 띄는 구절들에 밑줄을 그어 보았다.
-당신이 사랑할 때 당신은 ‘신께서 내 마음속에 계시다’ 라고 하지 말고, ‘내가 신의 마음속에 있구나’라고 말해야 합니다.
-당신이 괴로움에 허덕이며 탄생을 고통이라 부르고 육신을 지탱하는 일을 당신의 이마에 새겨진 저주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오직 당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만이 거기 새겨진 저주를 씻어 줄 것이다.’
-일이란 눈에 보이는 사랑이예요.
-서로 함께 있되 사이에 거리를 두세요. 그리하여 창공의 바람이 당신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세요.
-기쁨은 당신의 슬픔이 가면을 벗은 모습에 불과한 것.
-정의로운 자와 부정한 자, 선한 자와 사악한 자를 가르는 건 불가능해요.
-당신은 법을 만들면서 기쁨을 느끼지만 그것을 어기는 데서 더 큰 기쁨을 느끼죠.
-자유를 목적이나 성취라고 부르지 않을 때 그제야 당신은 비로소 자유로워 질 수 있으니까요.
-이성과 판단력은 당신의 열정과 욕구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이죠.
-고통이란 당신의 깨달음을 둘러싼 껍질의 깨어짐, 열매의 씨앗조차 그 알맹이로 하여금 햇볕을 쬐게 하려면 반드시 부서져야 하는 것.
-꿈은 벌거벗은 몸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보고 싶어해요.
-음악가가 모든 우주에 편재하는 리듬을 당신에게 노래해 줄 순 있겠죠. 하지만, 리듬을 붙드는 귀나 그걸 울리게 하는 목소리까지 줄 순 없어요.
-친구란 당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이지 공허를 채워주는 사람은 아니예요.
-마음이 평정을 잃을 때 당신은 말하기 시작하죠.
-어제란 다름 아닌 오늘의 기억이며 내일은 오늘의 꿈일 뿐.
-악이란 단지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린 선에 불과한 것.
-자신과 하나 됐을 때 당신은 선합니다, 자신을 다 바치려 할 때 당신은 선합니다, 환히 깬 정신으로 말할 때 당신은 선합니다.
-기도란 자아를 저 생명의 창공을 향해 활짝 펼치는 일.
-당신의 몸이란 당신 영혼의 하프.
-아름다움이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영원, 그런데 그 영원과 거울이란 다름아닌 당신.
-종교란 일체의 행위이자 일체의 반성.
-모든 시간은 자아에서 자아로 날아가며 하늘에 펄럭이는 날개.
-당신은 꽃 속에서 웃고 계시다 가만히 일어나 나무속에서도 두 손 흔드시는 ‘그분’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죽는다는 것, 그건 바람 속에 벌거벗고 선채 햇빛 속으로 증발해 버리는게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바람이 내게 그만 떠나라 합니다. 내가 바람보다 급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야 하겠죠.
-내 목소리가 당신들 귓가에서 사라지고 내 사랑이 당신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 다시 돌아올 거예요.
-사랑이란 작별의 시간이 오기 전까지 스스로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법.
-당신의 실패로 당신들을 판단하는 것은 계절이 자꾸 변한다며 계절을 비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조금만 있으면, 바람 속에 잠깐 잠들었다 일어나면, 또 다른 여인이 나를 낳겠지요.
48년의 길지 않은 생애를 살았지만 그의 통찰력은 깊고 넓다. 그는 인생의 문제점을 꿰뚫어 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것을 완벽한 언어로 구사하여 독자들의 마음 깊이 파고 든다.
그는 말한다. “이 작은 책을 위해 나는 평생을 보냈다. 나는 이 책의 단어 하나하나가 내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의 시는 여러 번 접한 적이 있었으나 단문으로 인용되는 잠언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서 지금까지 느끼고 있던 칼릴 지브란에 대한 갈증을 완전히 해결하였다. 다른 책에서 쓴 유명한 그의 문장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인용되었던가. “내가 하는 말의 절반은 무의미해요. 그래도 나는 말합니다. 그 나머지 절반이 당신에게 가 닿을 수 있게 하려고.”
책상 머리에 둘 책 하나가 늘었다. 칼릴 지브란보다 거의 100년 뒤 태어난 시인 황유원이 칼릴 지브란의 가없는 통찰과 지고지순의 말씀을 가져다 주었다. 고맙고 고맙다. 그는 자신의 창작 틈틈이 해외의 중요한 시집을 번역하여 척박한 우리 시단에 단비를 뿌린다. 그의 건필이 계속 되기를 빈다.
Life is an island in an ocean of loneliness…..
Love each other but not make a bond of love….
학창시절에 외웠던 지브란의 명구가 아직 뇌속에서 회오리칩니다.지브란을찬양하시는 황대표님의 또다른 진면목을 뵙는듯하여 반갑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주의 대 진리네요.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만큼은 진짜 참사랑 이라는거 너무 감사합니다. 이것이 하늘이 주는 참사랑 인가 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