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편 106편
“여호와여 주의 백성에게 베푸시는 은혜로 나를 기억하시며”(시 106:4)
사람에게 있어서 기억이란 정말 소중합니다.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고 기억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왜 박물관을 짓고 역사관을 만들고 기념비를 세울까요? 기억해야 할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기록을 할까요? 그 순간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이든 국가든 어떤 사회든 잊지 않으려는 노력과 잊혀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필사적입니다. 보조기억장치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인류는 거의 모든 기억을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잊혀진다는 것과 잊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두려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이 경험하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어버린 바 된다는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그런데 치매를 앓지 않아도 우리는 결국 다 잊어버리고 잊혀지는 인생을 삽니다. 두어 세대만 지나가도 우리는 다 잊혀집니다. 안중근 의사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하지 않는 이상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나 또한 100년 전 살았던 내 직계 조상의 삶조차 알지 못합니다. 바다 위에 아무리 큰 배가 지나간들 순식간에 그 흔적이 지워지듯 인생의 항해 뒤에 남은 우리의 흔적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시편의 시인은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바다를 소개합니다. 하나님의 기억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옆에 있던 강도는 자기를 구원해달라는 말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눅 23:42) 하나님의 기억이 인간에게는 구원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원 받은 성도는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습니다. 내가 잊혀지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구원받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기억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