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왕년에 세웠던 공을 아무리 세어본들
시편 90편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3)
날을 세어보는데서 비롯되는 것이 지혜입니다. 내 인생에 허락된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헤아려볼 때 생기는 것이 지혜라고 모세는 고백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끝이 날 인생을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마무리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것입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세어볼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학생들은 점수를 세고 등수를 셉니다. 사회 초년생들은 앞으로의 급여 상승률을 셉니다. 퇴직할 때쯤이 되면 받을 퇴직금을 셉니다. 저 사람은 얼마를 받는데 나는 얼마를 받는 인생을 살았는가? 나는 몇 평짜리 집에 살 것인가? 이 지역은 땅 값이 얼마나 올랐나? 오늘은 주가가 얼마나 빠졌나? 사람들이 주로 세어보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세어보는데 여념이 없다가 어느날 덜컥 자신의 마지막 날을 마주하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세어보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애굽에서는 있었는데, 광야에서 없는 게 무엇인가?’, ‘애굽에서는 먹었는데, 지금 못먹는 건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시편 90편은 그런 출애굽 1세대의 자녀들을 생각하며 모세가 드린 기도입니다. 부모 세대가 매일 세어보았던 불평거리, 불만거리, 내게 없는 것, 내가 지금 못 누리는 것, 자녀 세대들이 그것 세어보다가 인생을 허비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뭐가 부족한지를 세어도 다 못 세고 죽을 것이고, 받은 은혜가 얼마인지를 세어도 다 세어볼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부족한 시간을 풍족하게 누리는 것이 지혜 아니겠습니까? 결국 무엇을 세어보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
부족한 시간, 타인의 잘못이나 세며 속을 부글부글 끓이면 세월도 함께 끓다가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왕년에 세웠던 공을 아무리 세어본들 죽을 때는 아무 것도 못 가지고 갈 것입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