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피조 세계의 아름다움에 눈 떠야 자기 욕망에 눈 뜨지 않습니다”
시편 97편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차례대로 수백 수천 번을 연주한다고 아름다운 음악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뮤지션들은 저 단순한 7개의 음을 가지고 사람을 슬프게도 했다가 기쁘게도 했다가 흥분시키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빨주노초파남보’ 하나하나가 중요한 색상들이지만 이 색상들을 차례로 나열한다고 그림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색상표일 뿐입니다. 그런데 몇가지 색과 그 조합으로 미술가와 디자이너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글자는 어떨까요? 글자라는 것이 고작 알파벳 몇개의 조합일 뿐입니다. 하지만 끄적거린 몇 글자에 누구는 심오한 진리를 담아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서너글자로 이루어진 단어 몇개로 희망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몇 개의 음으로 소음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딴 짓인 사람이 있고 예술인 사람이 있습니다.
음을 잘 다스리는 자의 손에서 좋은 음악이 나옵니다. 색과 선을 잘 다스리는 자의 손에서 아름다운 그림이 나옵니다. 글자를 잘 다스리는 자의 손에서 명문이 나오는 것입니다. 다스림이란 그런 것입니다.
누가 다스리냐에 따라 망하기도 하고 흥하기도 합니다.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하는 것을 다스린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적절하게 두어서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 심지어는 부조화까지도 조화로움과 어울리게 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예술이라고 합니다.
“여호와께서 다스리시나니 땅은 즐거워하며 섬은 기뻐할지어다”(시 97:1)
하나님이 다스리시면 대지가 즐거워하고 바다가 기뻐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 없이 다스려보겠다고 나선 이후 땅과 바다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하나님 없이 유토피아를 만들어보겠다며 나선 이후 돈과 욕망이 세상도 사람도 다스리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은 Sun lighting 하시지만 인간이 고작 한다는 것은 Gaslighting입니다.
관계도, 일도, 가정도, 교회도, 세상도 하나님이 다스리셔야 아름답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목입니다. 하나님의 예술성과 창조성을 알아보는 안목과 그 앞에서 전율할 수 있는 경외심입니다. 학문이든 예술이든 사람을 만나는 일이든 피조 세계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야 자기 욕망에 눈 뜨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