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빈틈이 많은 사람
욥기 36장
“나는 내가 가진 지혜를 모두 다 짜내서라도 나를 지으신 하나님이 의로우시다는 것을 밝히겠습니다. 내가 하는 이 말에는 거짓이 전혀 없습니다. 건전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지금 욥 어른과 더불어 말하고 있습니다.”(욥 36:3-4)
엘리후는 젊고 똑똑하고 말은 청산유수에 논리는 치밀합니다. 욥기 32장부터 다섯 장에 걸쳐 기록된 그의 말을 읽어 보면 얼마나 흡입력 있고 몰입감이 있는지 모릅니다. 세 친구의 발언을 듣는 내내 그가 답답할만 했겠습니다. 그 나이 먹고 그것밖에 모르냐고 큰소리 칠만 합니다. 다만, 빈틈 없는 그의 논리에는 고통 중에 있는 욥이 쉴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욥 어른은 마땅히 받으셔야 할 형벌을 받고 계십니다. 심판과 벌을 면할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욥 어른은 뇌물을 바쳐서 용서받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 속전을 많이 바친다고 하여 용서받는 것은 아닙니다. 밤이 된다고 하여 이 형벌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니, 밤을 기다리지도 마십시오.”(욥 36:17,18,20)
엘리후의 꼼꼼함 속에서 욥은 영락 없는 죄인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엘리후의 확실한 확인 사살에 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신약에는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간음하는 여인을 현장에서 붙잡았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확인 사살을 바랐습니다. 사람들의 치밀함이 그녀의 숨통을 옥죄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요 8:10)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숨 쉴 틈을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속이 꽉 찬 사람은 틈이 많습니다. 사랑이 많으면 빈틈도 많습니다.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너희 말이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눅 7:34)
예수님이 하신 일은 죄인에게 틈을 보여주신 일입니다. 우리는 그 틈 사이로 난 구원의 길을 걷습니다.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로운 살 길이요”(히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