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칸영화제②] ‘베테랑2’ 미드나이트 스크리닝부문 성황리 첫선

<베테랑2> 한 장면


일련의 아쉬움에도 극적 호흡, 아날로그적 액션 연출 등 인상적

[아시아엔=칸/전찬일 영화비평가] 21일 새벽 0시 30분(현지시각)을 기해 마침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비경쟁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세계 첫선을 보였다.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을 포함한 강력범죄수사대에 박선우라는 이름의 막내 형사(정해인)가 합류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코믹 액션 범죄수사극이다.

공식 상영 이전의 레드 카펫이나 종영 후 5분여간 이어진 기립박수 등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들이 시시콜콜 전했으니 생략하련다. 23차례 칸을 찾은 경험으로 판단컨대, ‘현장 반응은 꽤 뜨거웠다’는 정도만 전한다. 영화에 대한 짤막한 평을 나눈 국내외 몇몇 저널리스트들의 평가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명색이 30여년의 이력을 걸어온 비평가로서 총평을 밝히면, 여전히 세계적 핫이슈인 미투를 비롯해 유튜브 세상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들, 고질적인 사법 시스템의 허점들, 나아가 선과 악, 정의 등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작금의 인류 사회를 뒤덮고 있는, 가볍지 않은 사회적 문제들을 감독 특유의 활기 가득한 혼성 장르적 연출로 제법 맛있게 빚어냈다. 오락 대중영화로서의 재미에만 안주하지 않고 사회적 의미와 교훈까지 전하는, 이른바 K-무비의 매혹을 새삼 환기‧확인시켜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극적 호흡이 단연 주목을 요한다. 적잖은 사건‧사연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지건만, 꼬이거나 헛갈리는 지점들이 거의 없다. 그만큼 정리정돈이 수려하게 됐다. 그 덕에 2시간에 달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우리 시간으로 치면 밤을 꼬박 지새운 오전 7시반부터 2시간여의 짧지 않은 시간이거늘, 단 한 순간도 졸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일 테다. ‘순삭’이라는 감상평이 과장이 아니다. 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영화를 ‘폭발적인 새 형사 스릴러’(New Explosive Detective Thriller)라고 규정한 것도 그렇다.

무려 1340여만 장의 티켓을 팔아치운 9년 전의 전편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을 기시감(déjà vu)들이 영화보기를 방해하지 않은 것도 주목감이다. 오팀장 오달수, 홍일점인 미스봉 장윤주, 왕형사 오대환, 윤형사 김시후 등 광수대 조합은 동일하건만, 식상하거나 반복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에 내리는 평이다. <밀수>(2023)를 통해 영화음악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절대 다시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깨고 또 다시 류승완 감독과 합을 맞춘 장기하의 음악 효과-선곡은 류 감독의 사전 주문사항이었다고 한다-도 마찬가지다. 그럴 법하건만, 좀처럼 기청감이 들지 않는다.

1970년대 인기 유행가들로 ‘도배’(?)하다시피 하며 칭찬 못잖게 크고 작은 비판을 받았던 전작과는 달리, 스페인 출신 인기 듀오 바카라가 1977년 발표 당시를 풍미했던 ‘Yes Sir, I Can Boogie’-올 칸 경쟁작 중 한 편인, 이란 출신 알리 아바시 감독(<경계선, 2018>, <성스러운 거미, 2020>)이 연출한 도널드 트럼프의 젊은 시절에 관한 전기물 <디 어프렌티스>에서도 주요 테마곡으로 쓰였다-등 다채로울 대로 다채로운 선곡 및 작곡들로 영화의 질감을 한껏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영화의 덕목은, 단적으로 ‘아날로그적인 너무나도 아날로그적인’ 액션 연출이다. 짐작건대 컴퓨터그래픽(CG)을 가능한 배제하려고 애썼을 법한, 날 것 그대로의 생동감이 가득하다. 류승완은 물론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이후 줄곧 액션의 아날로그성을 추구해왔다. 그 비-디지털성이 이번 신작에서 최정점을 찍은 것이다. 더불어 그는 극장성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써왔다.

선배 박찬욱 등이 그렇듯 그 또한 언제 어떻게 OTT 월드로 뛰어들지 모르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 작심하고 찍었을 그런 인간적 액션들을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의 대극장에서 지켜보는 즐거움은, 평소 액션 주도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결코 작지 않았다. 스턴트맨의 힘을 빌렸겠지만, 특히 곱상한 이미지의 정해인이 실감 넘치는 수준급 액션을 펼치는 데서 연유하는 쾌감 역시 작지 않았다. 연쇄 살인범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조연 안보현의 액션 연기도 매한가지고….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대중‧상업영화로서의 위험을 무릅쓰고 선악의 경계를 해체시킨 플롯도 인상적이다. <베테랑>의 후속작이자 연장인 <베테랑2>가 1편과 갈라지는 건 무엇보다 이 지점에서다. 전편과 비교해 그만큼 더 입체적‧복합적으로 나아갔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장르 영화로서의 외연 확장이 이뤄지는 건 따라서 당연했다. 그렇다고 영화에 아쉬움 내지 결여가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영화 밖 현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을 선택이었겠지만, 유아인과 그가 체현한 조태오 캐릭터도 그렇거니와 유해진과 최상무 캐릭터의 부재가 안겨주는 허전함은 영화가 짊어져야 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정해인과 안보현 등이 약해서가 아니라, 두 유 스타-배우들이 선사했던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던 것이다. 광수대의 케미가 전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가오는 것이야 부득이한 기시감 때문이라 할지라도, 홍일점 미스봉의 활약상이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적잖이 아쉽다. 영화의 톤 앤 매너가 더러 고르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가장 큰 연유가 그 때문 아닐까, 싶어서다.

이쯤에서 다른 두 편의 한국영화로 넘어가자. <영화청년, 동호>는 16일 밤 칸클래식2024에서 아담하지만 역시 열띤 분위기에서 선보였다. 학생 단편 영화 경쟁 섹션 라시네프에 초청된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는 22일 선보인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메아리>를 보고 3탄에서 하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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