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성전 하나, 왕궁 하나
열왕기상 7장
“솔로몬이 자기의 왕궁을 십삼 년 동안 건축하여 그 전부를 준공하니라”(왕상 7:1)
열왕기상 6장부터 8장까지는 성전 건축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7장 초입에 뜬금 없이 왕궁 건축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성전과 왕궁은 마주보고 있었는데, 카메라 앵글이 잠시 성전 맞은 편을 비춘 것입니다.
아주 잠깐 카메라에 잡힌 왕궁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왕궁이 성전의 무려 네 배 크기였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앵글이 성전만 비추고 있었을 때는 성전만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장소도 없었는데 알고 보니 왕궁은 그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고 화려했습니다. 그리고 성전은 7년 만에 지었지만 왕궁은 13년 동안 지은 것으로 볼 때 왕궁 건축에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솔로몬이 겪어야 할 일의 암시나 복선과 같은 장면입니다. 왕궁이 왜 그렇게 커야만 했을까요? 파라오의 딸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700명의 후궁과 300명의 첩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방을 한 칸씩만 준다고 하더라도 방이 최소한 천 개입니다. 각 방마다 그 여인들이 본국에서 가지고 온 우상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이 두 건축물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사람들이 성전에 예배드리러 올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한 쪽에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 또 다른 한 쪽에는 온갖 이방 잡신들이 우글거리는 왕궁이 있는데 왕궁이 압도적으로 큰 것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이미 기울어진 솔로몬의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까?
솔로몬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외교와 무역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략결혼이었습니다. 나라와 민족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고, 그것이 곧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성전 하나, 왕궁 하나를 지으며 삽니다. 성전을 지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없지 않습니다. 예배도 드리고 성경도 읽고 나름대로 하나님 앞에서 애를 쓰는 모습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 옮긴 곳에는 내 왕궁이 위용을 떨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가 정말 이유인지 아니면 핑계인지는 내가 알고 하나님이 아시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