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다 알지 못해서 다행입니다”
사무엘하 16장
다윗은 정말 고달픈 인생을 살았습니다. 사울을 피해 도망다니는데 자신의 청년 시절을 다 보냈습니다. 이제는 맘 편히 살려나 하는데 또 도망가야 할 일이 생깁니다. 이번에는 아들 압살롬이 다윗을 죽이겠다는 것입니다. 평안한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다윗은 아들을 피해 도망길에 오릅니다.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다윗의 신앙을 선망하지만, 다윗의 인생 자체만을 놓고 보면 그런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싶습니다. 자녀들 사이에 강간과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그런 인생, 아무도 그런 인생은 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다윗이 말씀이 꿀보다 더 달다고 느끼는 것은 그의 인생이 그만큼 쓰디 썼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아들을 피해 도망길에 오른 다윗을 향해 시므이가 저주를 퍼부으며 이런 말을 합니다.
시므이가 다윗을 저주하여 말하였다. “영영 가거라! 이 피비린내 나는 살인자야! 이 불한당 같은 자야! 네가 사울의 집안사람을 다 죽이고, 그의 나라를 차지하였으나, 이제는 주님께서 그 피 값을 모두 너에게 갚으신다. 이제는 주님께서 이 나라를 너의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 주셨다. 이런 형벌은 너와 같은 살인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재앙이다.”(삼하 16:7-8, 새번역)
이 말을 들은 다윗의 부하들이 시므이의 목을 따서 가져 오겠다고 펄쩍 뜁니다. 그런데 다윗이 부하들을 말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그에게, 다윗을 저주하라고 분부하셔서 그가 저주하는 것이라면, 그가 나를 저주한다고, 누가 그를 나무랄 수 있겠느냐?”(삼하 16:10)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망해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 욕설과 비난과 조롱과 저주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 다윗의 생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파산해도 괜찮고,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도 괜찮고, 왕의 자리를 빼앗겨도 괜찮고, 인생의 말년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몹시 알고 싶어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된다면 그 뜻에 잘 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 중에 과연 내 맘에 드는 것만 있을까요? 내가 간절한 이유는 내 뜻과는 다른 하나님의 뜻을 하나님의 뜻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가려놓으실 때도 많습니다. 다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 복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