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모순과 역설의 통합

사무엘하 19장

“왕이 그의 얼굴을 가리고 큰소리로 부르되 내 아들 압살롬아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니”(삼하 19:4)

형제간에 있었던 한 사건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은 결국 원수가 되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죽기 전에 끝이 나지 않을 싸움이었고 결국 아들이 먼저 죽습니다. 아버지의 손에 아들의 피를 묻힌 셈이 되었습니다.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이 절규 속에 묻어나는 다윗의 심정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자기 손에 아들의 피를 묻힌 일, 다윗의 평생에 씻을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피 한 방울 안섞인 사울도 죽이지 않으려고 했던 다윗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마음이 어땠을까요?

압살롬이 죽은 후 왕권은 안정되고 나라가 평안을 되찾았습니다. 다행일까요? 불행일까요? 다윗은 자기가 살아남은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고생과 고난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윗이 하나님께 받은 평가와 그가 노래했던 근사한 시편들을 읽으며 다윗과 같은 인생을 소망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다윗 같은 사람이 되기를 축복하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너무나 기구합니다. 세상 말로 보통 사나운 팔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맛이 송이꿀보다 더 달다고 했던 그의 노래 속에는 그가 맛보아야 했던 인생의 쓰디 쓴 맛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신앙의 길이란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맛보며 가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참혹함과 영광스러움을 동시에 맛보고, 나에게 철저하게 실망하는 동시에 하나님을 전적으로 소망하게 됩니다. 진리에 매였는데 자유를 맛보고, 애통해 하는데 위로를 경험합니다. 심판속에서 사랑을 맛보고, 죽음의 현실 한 가운데서 영생을 동시에 맛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며 이성으로 통합할 수 없는 모순과 역설이 가슴에서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신비를 경험합니다. 모래를 씹었는데 진주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다윗은 그 신비가 자아낸 전율과 감동을 시편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

압살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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