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하나님이라는 현실
사무엘하 8장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삼하 8:6)
‘리즈 시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황금기, 전성기, 좋은 시절이라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다윗의 리즈 시절은 언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무엘하 8장은 다윗의 전성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 이 표현만 두 번에 걸쳐 나옵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로 가든지, 뭘 하든지 다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어디로 가든지, 뭘 하든지 안 풀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도망자 신세로 광야를 전전했던 암흑기가 얼마나 길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밧세바 사건을 계기로 그의 인생에 내리막길이 시작될 것입니다. 가정의 불화와 아들의 반란을 겪으며 그는 사울을 피해다녔던 시절보다 더 혹독한 암흑기를 보내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성경은 인생이 잘 풀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닙니다. 성경은 만사형통의 비법을 얘기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 덕분에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셔도 그의 인생이 암흑 같을 때가 있었습니다. 욥의 인생도, 야곱의 인생도, 바울의 인생도 그랬습니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 4:12)
성경의 인물들이 하나님과 함께 하며 배웠던 것은 인생의 전성기를 길게 누리는 비결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배웠던 것은 인생의 굴곡과 요철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성경은 우리 인생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신앙이란 언제나 동일한 태도로 살 수 있는 능력 아닐까요? 인생이 꼬일 때는 비천에 처하는 법을 배우고, 인생이 풀릴 때는 풍부에 처하는 법을 배우는 능력입니다. 하나님이라는 가장 확실한 현실에 눈 뜨게 되는 사건입니다.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