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복된 길, ‘기대’ 아닌 ‘각오’로 걷는 길

창세기 36장

“세일 산에 있는 에돔 족속의 조상 에서의 족보는 이러하고”(창 36:9)

에서는 야곱과 헤어진 후 세일 산으로 이주합니다. 그리고는 세일 산에 제대로 자리를 잡습니다. 창세기 36장은 세일 산에 정착한 에서 가문이 어떻게 번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족보입니다.

한편, 야곱은 에서와 헤어진 이후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요? 요셉을 필두로 이집트로 이주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에서 400년 동안 고역을 치르게 됩니다. 에서의 후손들이 세일 땅에서 수십 개의 부족 사회를 이루는 시기에 야곱의 가문은 이집트로 들어가서 노예가 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에서의 부족 사회는 점점 발전하여 이윽고 왕을 옹립하기에 이릅니다. “이스라엘 자손을 다스리는 왕이 있기 전에 에돔 땅을 다스리던 왕들은 이러하니라”(창 36:31)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로 전락하는 동안 에서의 후손들은 족장 체제를 너머 일찌감치 왕정 체제의 기틀을 확립하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장자의 축복이 야곱에게 이양되지 않고 에서를 통해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봐도 야곱이 버림을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야곱의 집안은 아내들의 불임 문제, 그로 인한 갈등, 아들이 아버지의 첩과 잠자리를 하는 문제, 형제들이 동생을 노예로 파는 사건, 유다가 며느리와 잠자리를 가져서 자녀를 출산한 일 등의 문제가 가득했습니다. 이게 무슨 축복 받은 집안입니까?

에서의 족보에서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새롭게 이주해간 땅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정착했습니다. 광야에서 온천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온천 발견은 유전이나 금광을 발견한 것보다 더 큰 성취입니다. 족장 체제를 넘어 왕정 체제를 향해 사회가 발돋움 했습니다. 승승장구와 만사형통은 바로 에서의 가문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만약 하나님이 우리에게 오셔서 앞으로 500년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시면서 야곱의 길과 에서의 길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우리 중에 야곱의 길을 택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요? 야곱이 이걸 미리 알았다면 장자의 축복 따위는 형이나 가지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년 정도야 참고 견뎌보겠는데, 500년은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복이란 무엇일까요? 성경이 제시하는 복된 길은 기대가 아니라 각오로 걸어야 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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