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야간에 시작된 인테리어 공사
창세기 28장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창 28:11)
이날, 야곱의 인생에 해가 졌습니다. 이날 졌던 해는 20년 후, 야곱이 얍복나루를 건너 고향으로 돌아올 때 다시 뜹니다(창 32:31). 장장 20년 동안 야곱의 인생은 밤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밤이 되어 어두워지자 해가 떠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야곱이 봤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창세기 28장 12-13절은 ‘보다’를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기록합니다. 야곱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난생 처음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 28:15-16)
이 말을 듣는 야곱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하루 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되어서 쫓겨가는 야곱이었습니다. 제대로 묵을 곳도 없이 길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했던 처지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이 다가오셔서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내가 너를 떠나지 않겠다’ 말씀하신 것입니다.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창 28:15-16)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장자권에 눈이 멀어 정작 봐야할 것을 못 보고 살아온 야곱은 그때서야 하나님을 봅니다.
“야곱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 하였더라”(창 28:18-19)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야곱은 그곳을 벧엘이라 이름 붙였지만, 그곳에서 하나님은 야곱을 하나님의 집으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삼으신 야곱의 인생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