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국가 공동체’를 위한 기도
창세기 34장
“그러면 그들의 가축과 재산과 그들의 모든 짐승이 우리의 소유가 되지 않겠느냐 다만 그들의 말대로 하자 그러면 그들이 우리와 함께 거주하리라”(창 34:23)
세겜은 정착민들이었고 야곱의 가족은 유목민들이었습니다. 유목민들이 세겜 땅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영주권을 발급해 주자고 세겜이 세겜 성읍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야곱의 가문이 자기네 땅에 정착하게 되면 세겜성의 경제 규모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였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M&A 제안입니다.
세겜성의 자산 규모, 경제 규모가 커진다는 말에 솔깃했던 세겜성 남자들은 야곱측의 요구대로 모두가 할례를 받습니다. 추장 세겜이 이렇게까지 일을 밀어 붙이는 이유가 그저 아내 한 명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세겜성 주민들은 알 리 만무했습니다. 3일 뒤에 자신들에게 무슨 재앙이 닥칠지 모른 채, 그들은 추장의 말을 수용합니다.
지도자의 결정과 그것을 아무 검증 없이 수용한 주민들이 빚어낸 참담한 결과를 우리는 창세기 34장으로부터 읽습니다. 말은 “우리를 위한 것이다”, “모두를 위한 것이다”라고 했지만 그 이면에는 세겜 개인의 탐욕이 서려있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세겜성 주민들의 목숨을 담보 삼은 것입니다.
세겜성 주민들이 맞이한 이번 비극은 주민들이 적극 나서야 할 일을 지도자에게 일임했다가 발생한 참상입니다. 동시에 이번 일은 아버지 야곱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을 아들들에게 맡겼다가 생긴 참상이기도 합니다.
나서야 할 아버지가 나서지 않고 나서지 말아야 할 아들들이 나서서 피바람이 불고 말았습니다. 야곱 가문의 입장에서 보면 아들들이 아버지를 믿지 못해 생긴 비극이고, 세겜성 입장에서 보면 추장을 너무 믿어서 생긴 비극입니다.
지도자를 믿고 맡겨야 할 일인데 사사건건 간섭하다가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반대로 각자가 목소리를 내야 할 일인데 리더를 믿고 맡겼다가 배가 침몰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창세기 34장을 묵상하며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해 봅니다. 참여와 일임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나라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