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인신제사를 요구하시는 하나님?

창세기 22장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창 22:2)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만난건 75세 때의 일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토착종교가 삶의 전부였던 그가 차원이 다른 신을 만난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을 만나기 전 75년 동안 갈대아우르 지역에서 다양한 종교적 제사를 보고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어쩌면 아들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요구가 낯설게만은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신이 인간에게 인신제사를 요구하는 일은 그 당시 이방종교에서 종종 일어났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집 아들이, 뉘집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75년을 살면서 여러 차례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있을 법한 일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아들을 바쳐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을까요? 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입니다. 아들을 바치는 일은 당시 누군가에게는 일어날 법한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일이 지금 나에게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남 일이었으면 하는 일 말입니다.

‘아, 하나님도 인신제사를 요구하는 다른 신들과 비슷한 분이구나.’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하나님을 다른 여러 신들과 비슷한 범주라고 여겼던 구석이 아브라함에게 과연 없었을까요? 아브라함은 이번 일을 통하여서 중요한 것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당신께서 누구신지를 제대로 보여주십니다.

아브라함이 평생 봐왔던 신들은 인간의 희생에 한 없이 목마른 존재였지만 모리아산 위에서 그가 경험한 하나님은 희생제물을 친히 준비하는 하나님이었습니다. 인신제사를 원하는 잡신들과 격이 다른 하나님이었습니다. 나에게서 빼앗아가는 하나님이 아니라 드릴 것까지 준비해주시는 여호와이레의 하나님이었습니다.

이방신을 섬겼던 과거의 경험 때문에 하나님을 내심 오해하며 혹시 아들을 빼앗아 가실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살게 될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는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과 평안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렘브란트 ‘아브라함의 제사’ 16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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