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길이 안 보여도 길을 갑니다

창세기 12장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

사람들은 예측 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가? 안정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관심있게 생각하는 일들일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왜 발달하겠습니까? 좀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 입니다.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일정 시간이 흐른 이후의 상태를 얼마나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가 과학기술의 실력입니다.

사업이라는 것도 상품에 대한 수익성을 예측하는 것이 본질이고, 신용 등급이라는 것도 과연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예측 가능성에 등급을 매긴 것입니다. 또는 내가 투자했을 때 일정 기간 후에 어떤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값이 신용 등급입니다.

종교의 영역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가 미래 예측에 관련된 분야입니다. 연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점을 보러 다니는지 모릅니다.

이처럼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좀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상에서 삽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목숨을 건 존재가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생이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사람들이 결혼을 어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혼하는데 경제적 안정감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어떻게 미래를 계산해봐도 믿을만한 건 없고, 그나마 믿을만한 게 돈이라는 결론 때문에 그거라도 없으면 결혼을 못하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무엇일까요?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소망은 확실한 미래를 기대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대보다는 각오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목적지를 명시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언제 어디에 도착할지 모르는 여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어디에 도착할지를 알려 주신 게 아니라 떠나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무엇을 얻게 될 지를 알려 주신 게 아니라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아브라함은 계산이 서서 떠났다기보다 각오가 섰기 때문에 떠난 것입니다.

계산하고 예측해서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것이 신앙의 길입니다. 앞이 보여서가 아니라, 하나님 한 분 보고 가는 길이 신앙의 길입니다. 하나님은 길을 알려주시기보다 하나님을 자신을 알려주시는 분이십니다.

사진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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