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아 옛날이여”…대구시민야구장의 추억
9월 2일 이른 새벽 기차를 타고 대구로 내려갔다. 오늘부터 신세계 노브랜드배 야구대회가 대구에서 예선전이 열린다. 첫 게임에서 강적 경북고와 맞붙는다. 경북고에는 성준 코치가 투수로 출전하게 된다.
늘 함께 했던 성준 코치가 오늘만큼은 한배를 탄 동료가 아니라 상대팀으로 만나게 되었다. 토요일이라 기차표를 열흘 전부터 예약했지만 표가 매진 되어 할 수 없이 이른 새벽시간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대구시민야구장에 도착해 젊은 시절 청춘을 받쳤던 야구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니 꼭 현역시절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6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으니…
대구시민야구장은 내가 청춘을 다 받친 곳이다. 아무리 대구에서 화려하고 멋진 최신식 야구장이 있더라도 나에게는 젊음을 받쳤던 대구시민야구장이 그립고 좋다.
대구시민야구장은 나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야구장이고 고향같은 곳이다. 피와 땀이 배어있는 곳이고 눈물이 스며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제, 대구시민야구장은 나의 삶에서 먼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젊은 시절에는 영원히 나이가 들지 않을 것 같았는데 현장을 떠난 지금 나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기는 나이가 되었다.
대구시민야구장은 대구시민들이 마음껏 야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시민의 공공장소가 되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현역시절 장외홈런을 치면 주택에 있던 주민들이 볼을 들고 와 기와장 변상하라고 해 구단이 지불하곤 했다.
기와장이 수시로 깨지던 집들이 이제 대형아파트가 들어서 옛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오늘만큼은 혼자 옛날 중고교 시절과 삼성라이온즈 프로야구 선수시절을 생각하며 구석 구석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점점 나이가 드니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젊은 시절 수많은 추억들로 인해 나는 날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선희 노래 <아 옛날이여>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