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레전드들과 어린이팬이 한국야구 ‘중흥의 기수’

KBO 재능기부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왼쪽부터 장종훈, 김동수, 장원진 선수, 앞줄 윤학길 선수와 이만수 필자

‘KBO 야구로 통하는 티볼캠프’가 9~10일 강원도 횡성에서 진행됐다. 이번 ‘KBO 야구로 통하는 티볼캠프’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티볼을 체험함으로써 야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이 위해 마련됐다. 가족단위 야구팬 활성화를 통한 저변확대 프로그램인 셈이다.

초등학생 1명과 보호자 1명으로 이뤄진 50가족, 총 100명에 모집에 900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참가자들에게는 KBO(한국프로야구위원회)는 응원 구단의 유니폼과 모자, 티볼용 글러브와 티볼 공을 제공했다.  

특별히 이번 캠프에는 윤학길, 장종훈, 김동수, 장원진, 그리고 필자 등 KBO 재능기부위원이 참여해 일반 초등학생들에게 수비, 타격, 주루 등 기본기를 익힐 수 있도록 기초부터 가르치고, 참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티볼을 지도하고 있는 이만수 감독(왼쪽)

캠프 첫날에는 KBO 재능기부위원들과 함께하는 △티볼교실 △가족 캐치볼 대회 △가족 홈런왕 선발대회 예선전이 펼쳐지고, 저녁 식사 후 △가족이 함께하는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되었다.

이번 캠프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과 횡성군의 횡성 KBO 야구센터 내 야구장 제공으로 마련됐다.

윤학길, 장종훈, 김동수, 장원진, 이만수 등 KBO 재능기부위원은 어린이팬들에게 야구 기본기 지도와 함께 학부모와 유소년 선수들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팬서비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레전드라는 사실에 뿌듯했다.

윤학길 레전드, 허구연 총재, 이만수 감독

허구연 총재는 “올해만큼은 레전드뿐만 아니라 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다. 허 총재는 프로 팀마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현재 프로야구의 상황과 심각성을 얘기하며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허 총재는 재능기부위원들에게 “이 아이들이 대한민국과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사람들”이라며 특별한 관심과 지도를 당부하곤 했다. 허 총재는 “그동안 한국 야구계가 어린이팬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며 “우리 모두 자성하자”고 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야구팬이 되고, 또 아이들이 야구팬이 되면서 부모님도 같이 야구팬이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아마야구와 프로야구가 함께 공존, 공영하기 위해서는 유소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젊은 선수시절 좀더 친절하고 좀더 어린이팬들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발전했을 거란 생각이다. 이제는 레전드들이 앞장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야구장에서 같이 뛰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것이 잘 되어 있는 미국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냥 레전드 선수들이 아이들이 오는 곳에 자리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나는 오래전부터 경험을 해왔다.

이제부터라도 레전드 선수들이 팬들을 만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물론 어린이들은 과거 레전드 선수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부모님들이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레전드 선수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사인해주고 그들과 함께 사진 찍어주고, 말만 몇 마디 해도 어린 팬들에게는 평생 기억으로 남는다. 허구연 총재가 현장에서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녔듯이 이제부터 레전드 선수들이 앞장서서 활동해야 한다. 현장 선수들과 레전드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2023 시즌 들어갈 때만 해도 많은 언론과 야구 관계자들은 “올해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암울한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랬던 우리 프로야구가 연일 수많은 젊은 팬들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특히 올해 여성팬이 급격하게 늘었다.

수장인 허구연 총재는 두팔 걷어 부치고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프로야구를 살리기 위해 2년째 휴가도 반납하고 전국을 뛰어다니고 있다. 허구연 총재 덕분에 한국프로야구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총재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KBO에서 발족한 재능기부위원들이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야구로 통하는 티볼캠프’에 참여해준 위원들에게 정말 고맙다. 앞으로 선후배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제2의 프로야구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티볼은 야구와 비슷하면서도 부상 위험이 없어 어린이나 여성팬들도 쉽게 할 수 있다. 필자는 2년 전부터 발달장애인들에게 티볼을 전수하면서 장애인들도 티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동남아시아에도 전파하기로 했다. 필자는 작년 한국티볼연맹 박철호 전무에게 티볼 장비를 구입해서 라오스와 베트남에 이런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 “티볼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아이와 여성에게도 전수하기 좋다. 야구를 처음 접해보는 동남아시아에서 티볼을 하다 보면 야구가 어떤 것인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나는 지난 53년 야구를 통해서 사회에 많은 것을 환원하고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티볼, 소프트볼, 사회인야구 등 야구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이들을 통해 좀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뿌듯하기만 하다.

이만수 감독과 어린이 팬의 V자에 밝은 희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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