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배명고 야구동아리 김영훈 선생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배명고 야구동아리 선수들과 함께.

현역을 떠나고부터 생각지도 못한 주례 부탁을 많이 받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가리지 않고 주례를 하게 되었다. 물론 잘 아는 젊은 선수들부터 시작해 사회 각처에서 주례 부탁을 받게 되면 반드시 신랑 신부를 미리 집으로 초청한다. 그들과 차도 마시면서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바쁜 스케줄로 집으로 초청할 수 없어 예비신부에게 미안했지만 배명고 야구 동아리 팀이 경기할 때 노량진야구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난 8월 30일은 바쁜 하루였다. 아침에 ‘한국은행 임원대상’ 두 시간 강연을 마친 뒤 오후 노량진야구장에서 열린 배명고-경성고 야구 동아리 준결승전에 달려갔다.

왼쪽부터 천항욱 선생님 김영훈 선생님, 김영훈 선생님 예비신부, 이만수 감독

그곳에 가게 된 것은 배명고 야구 동아리 경기 관람과 함께 9월 23일 김영훈 선생님이 장가 가는 날이라 예비신부를 보기 위해서였다. 김영훈 선생님이 7년 전부터 “주례는 꼭 감독님이 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해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가는 것도 뒤로 미루고 그날 주례를 수락했었다.

7년 전 배명고 야구클럽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야구를 가르칠 때 김영훈 선생님과 천항욱 선생님 두분과 비가 오나 바람 부나 무더운 한여름에도 선수들과 함께 했었다. 당시 김영훈 선생님이 장가를 간다면 내가 꼭 주례만큼은 맡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당시 배명고 야구클럽 학생들과 함께 했던 KBS TV ‘하늘로 쳐’ 프로그램은 나의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그때 김영훈·천항욱 두 분의 선생님과 선수들은 내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김영훈 선생님과 이만수 감독(왼쪽)

오는 9월 23일 김영훈 선생님이 예쁜 예비신부를 만나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영광스럽게 내가 주례자가 되어 젊은 두 남녀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요즈음 보기 드문 훌륭한 천항욱 선생님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천항욱 선생님은 2023년 1월부터 새롭게 배명고 야구부 부장을 맡아 매일 동분서주하며 뛰어 다니고 있다. 천항욱 선생님은 제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다 바칠 정도로 열정적으로 헌신하시는 분이다.

그동안 배명고 야구 동아리 초대 감독인 천항욱 선생님을 이어 올해부터 김영훈 선생님이 2대 감독을 맡아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날 운동장에서 김영훈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를 내게 했다.

“’하늘로 쳐’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그 시간 배웠던 것들을 기본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을 때, 감독님이라면 어떻게 판단하셨을까?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 곁에서 보고 배운 것이 바로 믿음과 사랑이었습니다. 기술적인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름 아닌 믿음과 사랑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가르침 가지고 학생들과 어울려 그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합니다. 천항욱 부장님께서도 ‘학생들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다면 교직을 그만 두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그 말을 따르려 합니다.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먼저 그 길을 걸어가신 너무나 훌륭한 감독님과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힘내서 달려가고자 합니다.”

천항욱 선생님과 이만수 감독(왼쪽)

7년 전 천항욱 선생님을 처음 보았다. 천항욱 선생님과 김영훈 선생님 두 분이 야구하는 동아리 선수들과 함께 헌신적으로 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과연 나는 두분 선생님처럼 선수들을 지도할 때 헌신적으로 대했는지? 많은 생각이 지금도 난다.

언제나 참사랑을 실천하시는 두 분의 선생님을 뵌 지 어느덧 7년, 두 분 선생님과의 인연이 나의 삶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두 분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는 동안 배명고는 뛰어난 학생들과 야구 인재가 계속 발굴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영훈 선생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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