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칼럼] 육군총장이 ‘똑똑한 사람이니 진급시키라’고 한 장교를 탈락시키다

이진삼 육군참모총장(거수경례하는 사진 왼쪽)이 1990년 2월 청와대에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직신고를 하고 있다.

1991년 6월 사단장을 마치고 부군단장 명을 받고 춘천으로 부임했다. 6개월간 참으로 보람 있고 즐거운 근무를 했다. 진지 공사장을 순시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내용은 진급심사 갑반 심사위원장으로 명을 받아서 당장 출발해야 했다. 다음날 일찍 출발해서 계룡대 참모총장실에서 신고식을 하고 총장 인사부장 등 3개 반 심사위원장 심사위원들 13명이 차 한잔 하는 시간이었다. 총장이 엄숙히 얘기한다.

얘기의 골자는 이랬다. “여러분은 장차 군의 운명을 책임지고 나갈 훌륭한 군의 인재를 선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아 소집되어 이렇게 모였고, 이제 명예를 짊어지고 며칠 동안 수고할 것입니다. 사심을 모두 버리고 군의 장래를 위해 오직 똑똑한 사람을 뽑으시오.” 

모두들 앉은 자세로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예 알겠습니다”며 기계식으로 대답했다. 아무 얘기가 없이 조용한 가운데 내가 얘기를 했다.

“총장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 최 장군 하시오.”
“총장님께서 방금 전에 똑똑한 사람 뽑으라고 하셨는데 세상에 사기꾼이야말로 남을 속여야 하기에 어떻게 보면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무엇보다 우선 똑바르고, 그런 다음 똑똑해야 합니다. 따라서 ‘똑바르고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총장도 즉각적인 반응이 없더니 잠시 후 “맞아, 똑바른 것이 우선 중요하니 똑바르고 똑똑한 사람 뽑으시오. 자 그럼 수고들 해요.”

그 4년 전 내 개성을 파악할 수 있었던 나와 총장 사이에 큰 사건(?)이 있었기에 조용히 긍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본다.

이렇게 진급 심사위원장으로서의 임무는 시작되었다. 당시 배석했던 인사참모부장이 한마디 한다. “참고로 000중령은 신문에도 났듯이 매우 우수한 장교니 잘 보고 선발해야 할 것입니다.”

이 말에 하니 총장이 한마디 한다. “맞아, 그 친구 참 똑똑하지, 그런 장교가 진급해야 되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친구 누군지 모르지만 이미 진급은 맡아놨구나, 참으로 운 좋은 친구네.’ 

그 후 각 심사 반별로 심사가 시작되었다. 마침 우리 반에서도 그 장교를 검토하게 되었는데 모두 ‘통과’다. 나도 그냥 결정할까 하다가 자력표를 세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자가 없었는데, 어느 한 줄 그것도 지휘관 평가도 아닌 부지휘관 평가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부지휘관은 ‘부대를 팔아먹을 위험한 사람’ 정도로 평가했다. 처음에는 무심히 “양자 간에 특별한 개인 감정의 골이 깊었던 모양이구나” 하고 넘기려 하다가 가만히 다시 생각해봤다. 

“이것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하니 안 되겠다 싶어 그 때부터 심층 파악하기 시작했다. 평가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기무사 자료를 비롯한 많은 자료를 검토했다. 그 결과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결론은 진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위원회를 보니 당연히 될 사람으로 완전히 제켜놓고 완벽한 진급으로 확정해 놓은 상태였다. 이 장교는 신고 시에 총장이 직접 하명에 가까운 얘기를 했던 만큼, 미리 알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 모든 의견을 종합해서 인사참모부장을 통해 중간보고를 해서 결론을 내렸다.

그는 진급이 안 되었다.

결국 똑똑한 사람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나는 입증시켰다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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