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한결같은 전우애, “내년 스승의날 또 만납시다”

앞줄 왼쪽부터 신긍우 병장, 양일우 소대장, 최승우 중대장, 신용수 소대장, 문군하 병장, 뒷줄 왼쪽부터 김현규 병장, 김정훈 병장, 안동진 병장, 이동훈 병장, 남연우 병장. <사진 이상기 기자>

70년대초 수경사 33대대 최승우 중대장과 대원들 

“군생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며 전역한지 50여년이 지났습니다. 스승의날을 맞아 군 지휘관 재직시부터 인생의 스승으로 멘토가 돼주신 최승우 중대장님을 모시고 추억과 함께 다시금 대화의 대화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스승의날 축하 케이크 절단. 사진 왼쪽부터 김현규, 안동진, 문군하, 신긍우 병장, 양일우 소대장, 최승우 중대장, 이상기 필자. 신용수 소대장, 남연우, 김정훈, 이동훈 병장.

스승의날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낮 서강대 앞 K-Turtle(옛 거구장)에선 1971년 1월~72년 6월, 당시 수도경비사령부(수경사, 현 수방사) 33대대 1중대 최승우 중대장(17사단장, 예산군수 역임)과 신용수·양일우 소대장 그리고 중대원 10여명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사은의 자리를 함께 했다. 반세기 넘게 끈끈한 전우애를 잇고 있는 이들은 ‘한솥회’란 이름으로 1985년, 과거 군입대로는 막내격인 김정훈 (주)지오푸드시스템 대표를 초대 회장으로, 첫 모임을 가진 이후 현재 38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한솥회’ 출범 무렵 사진. 왼쪽부터 이동훈, 최승우 중대장, 김정훈, 양일우, 남연우 병장

올해 83세인 최승우 중대장을 비롯해 막내 김정훈 대표가 74살이니 모두 백발이 성성한 말 그대로 노병들인 셈이다. “한솥밥을 먹었다”는 뜻의 ‘한솥회'(현재 회장 신긍우)는 많을 때는 50명 가까이 참석해 ‘전우애’를 다지고 있다. 코로나로 3년 동안 오프라인 모임을 중단했지만, 그 이전엔 회원들의 경조사를 비롯해 스승의날 모임 등을 쉬지 않았다.

1995년 6월 30일 최승우 장군 전역식에서 중대원들이 최 중대장을 무등 태우고 행진하고 있다. 

특히, 1995년 6월 30일, 최승우 중대장이 사단장으로 재직했던 인천 17사단에서의 전역식장에서는 한솥회 전체 회원이 참석해 최승우 중대장을 무등 태웠고 플래카드를 든 채 정문을 향해 행진했던 기억을 회원 모두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최승우 중대장이 2006년 예산군수에 첫 출마할 때도 함께 예산으로 달려가 선거운동에 힘을 모았다.

2004년 김정훈 병장 아들 결혼식에 주례를 선 최승우 중대장(오른쪽 두번째)과 중대원들. 이들은 궂은 일이나 기쁜 일이나 늘 함께였다. 가족 그 이상의 가족이다. 

이 가운데 김정훈씨는 최승우 장군의, ‘1999년 이후 매년 미국을 방문해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추모하는 일을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던 보훈행사’에 2015년 최승우 장군과 동행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모임에는 최승우 중대장을 비롯해 신용수·양일우 소대장과 양현남·남연우·문군하·김현규·안동진·신긍우·이동훈·김정훈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 중 문군하씨는 제주에서 아침 비행기로 상경해 자리를 함께 했다. 

1971년 가을 추억의 그 시절. 

이들은 수경사 복무시절이던 1972년 8월 대홍수가 발생해 민간인 구조에 나섰다가 성공한 일과 안타까운 희생을 눈 앞에서 겪은 일, 전우 병사의 동거녀가 자궁외 임신으로 수술할 때 집단 헌혈로 귀한 생명을 구한 일 등을 추억해 내며 20대 청춘을 맘껏 소환해냈다.

남연우 병장(왼쪽)이 백두산 산삼주를 최승우 중대장에게 선물하고 있다. 남 병장은 “한잔 드시면 100살, 두잔 드시면 103살까지 장수하실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옆에서 이동훈 병장이 흐뭇해 하고 있다. 

한솥회 회원들은 남연우 병장이 백두산에서 구한 산삼으로 담근 ‘백두산 산삼주’로 건배를 시작으로 단체 케이크 커팅과 담소를 이어갔다. 김정훈 막내가 준비한 대전 성심당 빵을 하나씩 품에 안고 내년 스승의날 만남을 기약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김정훈씨는 미리 정성스레 준비한 인사말을 통해 “20대 젊은 시절에 최승우 중대장님을 만난 우리의 인연이 반백년을 지나오도록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한솥회의 우정을 참으로 소중히 여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995년 6월 30일, 수경사 33대대 1중대원들과 만난지 24년이 흘러 이날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최승우 중대장이 전역 당시 전역사를 읽고 있다. 최 중대장은 당시 전역사에서 “이 순간 마치 임관 후 첫 임지를 향해 더플백을 꾸리는 초급장교의 심정과 같이 부푼 희망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며 “따라서 지금 아무런 두려움도 후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계급에 오르지 못한데 대한 아쉬운 미련이나 패배의식 같은 것은 더더욱 전혀 없다”고 했다. <사진 이상기 기자>

참석자들은 “우리의 인연, 그 중심에 계신 존경하는 최승우 중대장님은 무섭고 두렵고 지휘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던 그 시절,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우리들을 이끌며 동생처럼 대해주셨다”고 했다. 그 후 반세기, 모두 일흔이 훌쩍 넘어 누가 중대장이고 누가 중대원이었는지 모를 정도가 됐음에도 지금까지 진정한 전우애를 튼튼히 잇고 있다.

지휘관의 정과 신뢰의 리더십과 옛 부하 전우들의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이어져온 한솥회, 오는 2024년 스승의 날 모임엔 올해 두배 이상의 회원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이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2 comments

  1. 제목 :50년한결같은 전우애
    내년에스승의날 또만납시다
    아시아엔편집인이상기님께 부끄러운마음으로전합니다.
    사회적으로 보잘것없는 모임을기사화하여 극찬해주신데 큰책임감을 느낌니다.
    일흔이넘은나이에도불구하고 우리에게 군상관이자 스승의역활해주신 최승우중대장님께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요즘 위분섬김이 아쉬운사회분위기.
    스승을 섬기기보다 위상을 더렵히는 세태를보면 안스럽기도합니다.
    비록 노병들의 이모임이 사회적으로큰역활 별것이아닐지여정.
    아시아엔이 추구하는역활에 부흥하도록최선을다하겠습니다.
    우리노병들은 내년에도 다시모여 스승의날을기념하겠습니디.
    끝으로아시아엔 무긍한발전을 기원합니다
    (주)지오푸드시스템
    김 정훈

  2. ^^내년 스승의날 또만납시다^^
    기사를내주신 이상기편집인께 감사드립니다.가식이아닌진심에서 스승의날을 기념할수있는 군상관이자
    우리의스승으로 자리메김해주신 중대장님께 우리중대원 다시한번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요즘 섬김의마음.스승의존경심이 사라저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수있도록 기사화해주신데
    감사드립니다. 70이넘은 노병들은오늘도 내일도 최선을다할것이며 내년에도 더힘차게 스승의날을 기념할것입니다.
    아시아엔 더욱발전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정훈(주)지오푸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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