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탈북여성 “청소년 언어 몰라 네이버 검색하며 공부했다”

24일 동서센터가 주관한 국제 미디어 컨퍼런스의 ‘북한에서 온 청년들’ 세션에서 연사로 나선 이영희(가명, 24세)는 한국에 온 지 6년이 지났다고 했다. 이씨의 말투는 북한억양이 남아 있지 않아 남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이씨는 한국에 도착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를 꼽았다. 한국말은 알아듣지만 한국에 왔을 당시 같은 10대들이 사용하는 ‘콩글리시’, ‘축약어’, ‘인터넷용어’는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서빙, 카운터, 빌지 등의 단어를 몰라 적응에 힘들었다. 영어와도 다른 단어여서 힘들었다. 하나원에서 배운대로 젓가락을 입에 물고 아나운서나 여배우가 하는 말을 따라했더니 6개월 후 한국사람과 억양이 비슷해졌다. 어려운 단어는 노트에 적어뒀고 네이버에서 찾아보거나 대화에서 직접 사용하면서 어휘를 늘려갔다. 3년 지나니 언어 문제가 해결됐다.”

언어의 어려움이 줄었지만 3년이 지나도?문화적인 차이는 여전히 좁히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래서 이씨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위해 따로 한국 연예인에 대해 공부했다. “또래 청소년들이 연예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중국에서 알게 된 동방신기, 비 등만 알고 원더걸스 등은 몰라서 대화가 어려웠다. 정서적으로 맞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위해 네이버에 연예인 정보를 검색하며 상식을 익혔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됐지만 아직도 영어는 힘들다고 했다. 정부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가 정치외교를 전공하고 있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것이 큰 차이란다. “10대를 중국 등지에서 생존을 위해 보내다보니 독서할 시기를 놓쳤다. 한국 친구들과 경쟁하려니?남보다 2~3배 시간이 더 걸린다. 게다가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 한다.”

특히 탈북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씨는 “장학금을 많이 주지 않냐고 많이들 물으시는데, 탈북학생들도 경쟁이 심해서, 나처럼 한국에 혼자 건너온 친구들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108등 안에 들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탈북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누구인지 처음부터 밝힐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우리를 보는 것이다. 사회의 가치관과 시선을 바꾸기가 힘들다. 사람들을 만나 내가 얼마나 성실하게 생활하는지 보여준 뒤에야 북한에서 왔다는 얘기를 한다”고 밝혔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부족도 너그럽게 봐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비쳤다.

“장학금 받는 재단에 보내는 서류를 접어서 퀵으로 늦게 보낸 적이 있는데, 그 재단에서 ‘서류를 구기지 않는 남한 문화를 배우라’며 지적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마치 북한사람이라서 잘못한 것처럼 지적한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이씨는 오는 8월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올 예정이다. 앞으로는 대학원에서 교육을 전공하고 싶단다. 그는 “교육에 대해 공부해 북한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소혜 기자 fristar@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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