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칼럼] ‘가정’···최초의 학교, 최후의 배움터
요즈음 도시의 집들은 거의 아파트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값이 턱없이 높은 나라도 그리 많지 않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 열심히 저축해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시절은 오래 전에 지났다.
아파트는 온 가족이 함께 꾸려가는 삶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투기와 재(財)테크의 수단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아파트를 살 때도 가족들이 얼마나 알뜰살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인가가 아니라, 아파트를 되팔 때 얼마나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곳인가를 먼저 따지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그렇지만 집은 ‘사람이 사는(生) 곳’이지 ‘돈으로 사는(買) 곳’이 아니다. 사랑으로 만들어가는 곳이다. 가정은 지상에서 미리 경험하는 천국이기 때문이다. 자녀를 칭찬해주는 부모도 있고 나무라는 어버이도 있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은 모두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체험된 사랑은 평생토록 삶을 북돋워 준다.
가족이 사회에서 고독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 힘 없이 누울 때, 그 고독을 함께 끌어안고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해와 신뢰가 자리가 가정이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부모들은 미래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녀들이 조금씩 나아짐으로써 인류와 세계의 미래도 조금씩 진보한다”고 말했다.
?가정은 모든 사람에게 최초의 학교이자 또한 최후의 학교다. 유치원보다 먼저 입학해서 대학원보다 늦게 졸업하는 곳이 가정이라는 학교다. 아니, 가정에는 아예 졸업이라는 제도가 없다. 오고 오는 역사를 통해 끝없이 이어져가는 연면한 삶의 배움터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가정이라는 삶의 학교에서 서로에게 훌륭한 스승이 되고, 또 서로에게 성실한 제자가 되어야 한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길의 안식처요, 미음과 갈등과 다툼이 사라지고 사랑과 신뢰가 열매를 맺어가는 삶의 옥토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각기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모든 가족이 평생의 동반자다. 서로가 간직한 과거의 역사와 각자의 현재 그리고 서로의 미래를 일체 그대로 받아들여, 서로의 삶에 기꺼이 동참하는 자리가 가정이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않으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라고 경고했다(디모데전서 5장 8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꽃이 만발하고 날씨가 화창해서만이 아니다. 5월이 바로 가정의 달이기 때문일 것이다, 잠언의 말씀으로 계절의 여왕인 가정의 달 5월을 보내자.
“마른 빵 한 조각을 나눠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진수성찬을 가득히 차린 집에서 다투며 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언 17장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