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칼럼] 오월 ‘가정의 달’에 부르는 노래

​”하나님에게는 손자 손녀가 없다”

가정은 개인의 자아(自我)가 확장된 자리이자 사회의 출발점이다. 자아의 실현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사회에서 결실되며, 그 결실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맨 처음 만나는 세계가 가정이고, 죽음에 이르러 맨 나중에 헤어지는 세계도 가정이다. 요컨대 가정은 삶의 첫 자리요, 인생의 마지막 자리다.

​오늘날 가정들이 곳곳에서 무너져가고 있다. 산업사회가 강요하는 경쟁과 투쟁의 삶은 가족 간의 결속마저 약화시키는 암적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가정을 지키고 올바르게 유지하는 것이 신앙적 삶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너희가 섬길 신을 오늘 택하라, 나와 내 집은 오직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여호수아 24장 15절) 하나님 앞에서 자신과 가정을 하나로 묶은 여호수아의 서약이다.​

마틴 루터는 “부모가 하나님에게서 받은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자녀를 신앙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을 학교와 교회가 도울 수 있지만, 결코 가정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종교개혁자들은 가정을 하나님이 세우신 성스러운 기구라고 생각했다. 마르틴 루터는 “부모가 하나님에게서 받은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자녀를 신앙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을 학교와 교회가 도울 수 있지만, 결코 가정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장 칼뱅은 더 나아가 “부모의 신앙고백을 통해 유아세례를 받은 자녀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 언약공동체에 들어간다”고 가르쳤다.

“‘하나님에게는 자녀만 있을 뿐, 손자 손녀는 없다”는 말이 있다. 신앙은 혈통으로, 가문으로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회심과 거듭난 삶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깨달음이다.

부모의 신앙으로 자녀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구원이란 없다. 그래서 성서는 말씀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쳐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언 22장 6절)


​유대인에게는 온 가족이 하루에 두 번씩 계명을 암송하는 쉐마(שמע)의 전통이 있다, 쉐마는 “들어라”라는 뜻의 명령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하나님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여호와를 사랑하라.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또 그것을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라.”(신명기 6장 4~9절)

​유대인들의 위대한 스승으로 추앙받는 주후 2세기의 랍비 아키바는 로마 침략군에게 붙잡혀 처형당하게 되자 이 쉐마를 암송했는데, 그 뒤로 모든 순교자들이 랍비 아키바처럼 쉐마를 암송하며 죽어갔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쉐마는 유대인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신앙고백이자,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암송하는 신앙고백이 되었다.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여호와를 사랑하며 그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쳐라.”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정이 무너져가는 오늘날 이 쉐마의 고백이 가정을 지키는 등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Home, Swee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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